본문 바로가기

윤이형3

문학의 곳간(59) 윤이형, 『작은마음동호회』(문학동네, 2019) [문학의 곳간 59회 안내] 2015년부터 2019년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거쳐야 했던 일들, 겪어내야 했고, 때론 견디고 넘어야 했던 이들의 목록을 생각해봅니다. 문단내성폭력, 촛불정국, 페미니즘운동, 혐오발화, 소수자 정치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삶에 흐르고 있는 동시대의 현장 속에서 쓰인 소설집, 윤이형의 『작은마음동호회』를 함께 읽습니다. "나는 마음이 작다"로 시작하는 『작은마음동호회』(《문학3》, 창간호, 2017)를 처음으로 읽었던 날, 홀로 서서 소설 전체를 낭독하고 싶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렇게 웃으려고, 그애는 오랜 시간 동안 혼자서 싸워왔고 지금도 싸우고 있는 것이었다."(「마흔셋」, 78쪽) 59회 '문학의 곳간'에서 각자의 싸움에 대해 이야기 하며 함께 웃었으면 합니다. 윤이형, .. 2019. 9. 22.
바스러져가는 이야기를 듣는 것, 구조 요청에 응답하는 것 : 대피소의 문학(1) 1. 필사의 글쓰기 이토록 오랫동안 ‘참사’가 끊이지 않고 이어졌던 시대가 있었던가. 용산 참사 이후 ‘조간朝刊은 부음訃音 같다’(이영광, 「유령 3」)던 한 시인의 말이 몇 년 사이에 ‘조간은 부음이다’라는 절망으로 좌초되어버린 듯하다. 아침에 누군가의 부음을 듣는 것이 아니라 부음 없이는 아침이 오지 않을 것만 같다. 오늘 우리가 맞이하는 아침은 누군가의 죽음에 빚지고 있는 것이리라. 무력(無力)해지기 싫어서 무력(武力)을 외면하고 무력감(無力感)과 대면하지 않으려 피해다니다보니 겨우 ‘잊지 않겠습니다’정도의 말만을 읊조릴 수 있을 뿐이다. 누군가에겐 필사적이고 간절한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말이 세상에서 가장 무기력한 말처럼 느껴질 때가 잦다. 그건 ‘잊지 않겠다’는 말이 무기력해서가 아니라 그 말.. 2017. 12. 9.
같이 있음의 세계-윤이형, 「대니」 2016. 3. 16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주인 없는 집 담장 안에 소담스럽게 핀 능소화(능소화가 뭐죠? 잠깐만요, 이제 알겠어요.) 꽃집 진열대에 걸린 채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견디는 벌레잡이통풀의 벌레 주머니(왜 호기심 어린 시선이에요? 왜 견디죠?). 집 나간 고양이를 걱정하는 옆 건물 노파의 울음소리(어떻게 생긴 고양이였어요?). 그 소리를 듣고 무슨 일이냐고 묻는 사람들의 목소리(찾았나요?). 잠든 아이의 이마에 살짝 배어난 땀냄새(그건 나도 좋아해요). 그런 아이를 보고 웃는 마음 착한 청년의 긴 손가락.” -윤이형, 「대니」, 『러브 레플리카』, 문학동네, 2016, 37쪽. 한편의 소설을 읽으며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은 ‘두근거림’이다. 가끔 그것은 ‘초조함’의 모습을 띠고.. 2016. 3.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