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흠1 검은 손의 운지법 아코디언은 주름진 공기 주머니(벨로즈)에 바람이 담겨야 소리를 낼 수 있다. 양 손을 접었다 폈다하는 행위가 악기에 숨을 불어넣고 손가락들이 악기에 가득 찬 바람의 몸 여기저기를 열고 닫을 때 미약하지만 오래된, (숨)소리가 흘러나오는 것이다. 악기에 숨을 불어 넣는 지난한 손의 노동과 손가락의 섬세한 보살핌에 의해 ‘고유한 음’이 만들어진다. 아코디언을 ‘손풍금’이라고 부를 때 한결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 또한 이 악기가 노동(손)과 돌봄(손가락)을 근간으로 하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악기는 저마다의 공명통을 열고 닫음으로써 음(音)을 생성해내는데, 이때의 음은 ‘손의 돌봄’ 없이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람의 목소리 또한 사정이 다르지 않다. 목소리는 숨이 들고 나오는 길목에서 길어 올리는 것인 터라 숨.. 2011. 2. 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