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복1 생존의 비용 : 지우는 글쓰기와 장르 문법 “나는 달로 간 사람의 이야기를 알고 있다.”(한유주, 「달로」, , 문학과지성사, 2006, 8쪽)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소설이 있다. 그런 문장을 첫 번째 소설집의 첫 번째 문장으로 기입했어야만 한 소설가가 있다. 그리고 그는 언제나 ‘세계의 뒷면’, 다시 말해 ‘말의 뒷면’을 검질기게 파고들었다. 한유주의 소설이 언제나 죽음의 언저리를 배회하고 있는 것은 그가 놓여 있는 세계의 한켠이 죽음에 반쯤 잠겨 있거나 그의 글이 한쪽 발을 죽음 강에 담그고 있을 때만 씌어질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세계의 뒷면에 가닿으려고 하는 것은 세계의 앞면은 이미 붕괴해버렸거나(“겉장이 달아나고 없는 세계”, 「죽음의 푸가」, , 44쪽) 극심하게 오염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한유주는 이러한 세계에서 쓴다는 것은 .. 2011. 8. 2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