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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아이들3

가위바위보―살림글쓰기를 열고 닫으며 2024. 8. 29 곰곰 생각해보면 ‘모임’이야말로 잘 가꾸고, 잘 꾸리고 싶은 살림입니다. 짧은 시간 동안 그럴듯한 성과를 내기 위한 워크숍이나 프로젝트, 널리 알려진 이를 좇고 기대어 무언가를 얻고자 하는 강연은 모임과 그야말로 다른 결을 가집니다. ‘모임’은 특별히 이끄는 힘도, 대단한 무엇도 없는 작고 느슨한 이름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여러 힘으로 가득합니다. 모임은 ‘모으다’에서 왔겠지요. ‘여러 사람을 한 곳에 오게 하거나 한 단체에 들게 하다’는 뜻 안에 ‘한데 합치다’, ‘쌓아 두다’, ‘한곳에 집중하다’라는 갈래와 이어집니다. 누군가가 먼저 나서서 어떤 일을 하려고 자리를 열어 사람을 모은다는 뜻도 있지만 ‘무언가에 이끌려 한 자리로 찾아오다’라는 갈래로도 풀 수 있습니다. ‘모임’을.. 2024. 8. 30.
작은 글씨로 그린 마음 무늬 2024. 6. 11스무살 무렵에 시도 잘 읽어내고 싶어서 애를 써서 자주 시집을 펼쳤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아서 읽고 또 읽기를 되풀이했는데, 대체로 이야기꼴을 갖추고 비유가 현란하지 않은 장정일이 쓴 시집 두 권이 좋은 길잡이 노릇을 했다. 군대에 잡혀가기 전에 다행히 시집을 여러 권 읽은 바 있어서 읽을 거리로 자리 잡혀 있었고, 뭔가를 읽을 짬이 없는 군대에선 짱박혀서 읽기엔 시집만한 게 없었다. 최전방 부대에 배치되어 1년 동안 GOP에 들어가 철책선을 지키는 일을 했는데, 나는 야간 근무를 서면서 졸거나 잔 적이 거의 없었다. 고참이 잠들면 건빵 주머니에 넣어둔 시집을 꺼내 읽거나 두 번 접어서 여덟 면으로 나뉜 편지지에 밑도 끝도 없는 편지를 썼다. 오늘 이오덕 어른이 펴낸 마지막 시집에.. 2024. 6. 11.
끄트머리 눈곱처럼 작은 글씨 2022. 12. 7 ‘농촌 어린이 시집’ 『일하는 아이들』은 이오덕 선생이 1958년부터(1952년 것도 한 편 들어가 있다) 1977년까지 20년 동안 주로 농촌 아이들과 함께 쓴 시를 그때그때 모아두었던 것을 엮은 책이다. 지난날 농촌에서 자란 아이들의 마음을 품은 시집이라는 드문 책이지만 으레 작고 연약한 것을 굽어보는 나쁜 버릇이 발동해(티나지 않게!) 은근히 업신여기며 한쪽으로 미뤄두고 읽을 생각조차 하지 않다가, 이오덕 선생의 발자취를 뒤쫓다보니 자연스레 이 책을 펼치게 되었다. 「고침판 머리말」을 읽자마자 한동안 넋을 놓고 말았다. 단박에 여러 꼭지를 읽지 못하고 한두 꼭지정도만 겨우 읽고 오래도록 뒤척인 탓에 책을 읽는 방식을 바꿔보았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서야 책을 펼치는 게 아니라 맑.. 2022. 12.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