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화1 ‘둥근' 말의 역사 ‘이곳이 불타고 있어요’ 분명 ‘그곳’은 불타고 있었다.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처럼 자신이 자신을 태워 자꾸만 위로 ‘비상’하려는 불꽃이 있는가 하면 활활 타오르지는 않지만 단 한번도 꺼지지 않은 장작더미 아래의 ‘남은 불씨’로 내내 타는 불도 있었다. 불과 불이 서로 엉겨 붙어 이내 꺼져버리기도 했고 불을 끄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함께 타버리기도 했다. 때론 함께 타올랐고 때론 홀로 타들어갔다. 말이 있었고 쉼없이 그 말들을 주고 받는 응(應)하기가 행해졌으므로 그곳에서는 ‘먼지조차 타서 불길이 되곤’ 했다. 타오르는 말 속에서 우리는 희망을 보았지만 그 말이 언제라도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리하여 재(灰)가 남았(었)다. 바닥에 깔려 있는 재 위로 다시 불을 찾기 위해 들어선 장작들.. 2012. 10. 1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