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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2

우리의 앎은 돌이킬 수 없이 연루되어 있다—평화시장 재단사 전태일 불에 휩싸인 채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기 전, 전태일은 글을 썼다. 그가 남긴 대학노트 7권엔 일기와 어린 시절을 회상한 수기, 친구들에게 쓴 편지, 미완의 소설, 노동청에 보낼 진정서, 사업 계획서, 평화시장 노동자들의 근무 실태 조사를 위한 설문지 등이 빼곡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누군가에게 보이거나 글로써 어떤 효과를 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 없이 그는 다만 썼고, 읽었다. 읽은 것들을 이해하기 위해 다시 썼으며 그렇게 알게 된 것을 평화시장의 동료 노동자들과 동생에게 열띠게 설명하고 가끔은 잠자고 있던 어머니를 깨워 다급하게 알렸다. 전태일의 분신이 한국 노동운동사의 결정적인 사건이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가 허락되지 않은 환경 속에서 읽고 쓰는 일을 게을리.. 2016. 3. 28.
용접하는 '현장' 2015. 3. 18 “예수의 민중의 현장과 복음서를 쓰고 있는 사람의 현장이 유리가 안 됐다는 거지요. 즉 마르코는 지금 자기자신의 얘기를 울면서 쓰고 있다. 그런데 그것이 동시에 예수의 얘기다 그거예요. 그 현장이 아니었으면 예수에 대해서 그렇게 못썼을 거다 그거지요. 마르코 자신의 현장이 예수의 현장을 똑바로 보게했던 거죠. 우리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바로 오늘의 현장이 텍스트의 그 현장을 보게 만든 거죠. 이것 없으면 저것이 안 보이는 거죠.” ―안병무, 『민중신학 이야기』, 한국신학연구소, 1990, 72쪽. '텍스트(성서)와 컨텍스트(현장)가 분리되지 않는다'는 안병무의 입장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대목. "우리가 역사 속에 속해 있으면 역사를 객관화할 수 없듯이, 내가 나의 컨텍스트에서 .. 2015. 3.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