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1 채식주의자_이별례(6) 2016. 2. 29 오늘처럼 바람이 많이 불던 날, 한 친구와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두 시간을 넘게 걸었던 어느 때를 기억한다. 채식(vegan)을 하는 친구임을 알고 있던 터라 멸치 육수를 내지 않은 된장찌게나 먹을 만한 비빔밥 집을 찾기 위해 경성대에서 대연동까지, 대연동에서 다시 문화회관까지 매섭게 불던 바람을 견디며 오래도록 걸었다. 그때 농부가 씨를 뿌려 벼를 수확하는 지난한 과정과 긴 시간에 비한다면 한끼의 식사를 위해 이 정도 걷는 것쯤은 별 거 아니라며 유쾌하게 웃기도 했다. 세상엔 많은 쾌락이 있지만 ‘걸으며 대화하는 것’이 그 어떤 쾌락에도 비할바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나 또한 일찍이 알게 되어버린 터라 한끼의 식사를 하기 위해 대화하며 걸었던 그 먼 길을 ‘고달픈 것’이라기보단 차.. 2016. 2. 2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