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화1 누수를 살아내는 것-최정화, 『지극히 내성적인』 집에 지하실이 있다는 걸 안 건 재작년 이사 올 때였다. 공간만 넓을 뿐 별다른 쓸모를 찾을 수 없어 한동안 잊고 있었다. 작년 겨울 초입에 보일러가 고장 나서 지하실로 내려가보니 바닥에 물이 반뼘정도 차 있었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지하실에 물이 차올라 구석에 놓여 있던 보일러까지 고장 난 것이다. 그 때문에 한달 정도 냉방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었고 지독한 감기보다 더 지독했던 집주인과의 고약한 실랑이 이후로는 일주일에 한번정도 지하실에 내려와 물을 퍼내곤 했다. 오래된 벽을 타고 바닥으로 흘러내리는 물방울을 눈으로만 확인할 수 있을 뿐 막을 방법은 없었다. 건물 내부에 누수가 있는 것은 분명해보였지만 그걸 찾기 위해 이 오래된 건물의 벽을 뜯어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어쩌면 누수는 한두 군데가 아닐.. 2016. 5. 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