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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게무샤2

내 옆을 지나가는 전령 구로사와 아키라의 (1980)의 초반 시퀀스 중의 한 컷. 급히 소식을 전하는 전령이 수많은 병사들이 널부러져 있는 계단을 내려오는 장면이다. 빠르게 지나가는 전령에 의해 널부러져 있던 병사들이 깨어나 움직이기 시작한다. 잠들어 있는 세계와 사람들을 깨우는 움직임이 있다. 내게 도착한 것은 아니지만 나를 일으켜 세우는 소식이 있다. 누군가를 흔드는 것이 아니라 의도 없이 그 앞을 바삐지나가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욕심 없이 깨어난다. 2017. 9. 16.
‘문학성(城/性)’을 지키고 있는 '카게무샤(影武者)'들|(1-4 / 계속) 1. 2007년, 나는 등단이라는 것을 했다. 등단을 하고 2~3년 간 참으로 많은 글을 썼다. 여기저기서 어떻게 알고 내게 청탁이 왔다. 매 계절 3-4개의 원고를 겁도 없이 써댔다. 아니, 나는 정말 사력을 다해서 원고를 썼었다. ‘생활없이’ ‘원고’만 썼다[‘생활’과 ‘원고’의 교환에 대해 집중해주기 바란다. 뒤에서 다시 언급하겠지만 어째서 원고-제도-는 생활을 잠식하는가]. 대개가 알려지지 않은 잡지들이었고,처음 들어보는 잡지도 적지 않았다. 청탁을 할 때 몇 가지의 요구 사항, 혹은 당부 사항을 전하는 이도 있었다. 대개는 서평을 썼고, 시 4-5편에 대한 작품론 혹은 작가론을 많이 썼다. 10매를 쓰기 위해 일주일에서 많게는 이주일을 꼬박 투자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렇게 생활없이 ‘문학[.. 2012. 7.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