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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따라, 깜빡이는 궤적을 따라 빨치산 투쟁과 디아스포라 서사를 축으로 삼아 정영선의 『아무것도 아닌 빛』을 읽어내는 건 자연스럽다. 그 때문에 노인 빈곤과 코로나 팬데믹으로 사회 관계망이 차단된 모습은 국가와 역사라는 대문자 이야기에 휩쓸려 압사당하거나 마모된 이들의 현재를 보여주는 소설의 배경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야기를 이끄는 ‘안재석’과 ‘조향자’가 품은 갖은 사연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아닌 빛』을 읽는 동안 눈길이 머물렀던 곳은 한때 맹렬하게 타올랐던 기억의 자리가 아니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텅 빈 곳들이었다. 낙동강 끝자락에 기댄 낡고 오래된 아파트는 어딘가로부터 떠밀려 온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곳이었지만 점점 비어 간다. 안재석과 조향자가 휩쓸렸던 기구한 행보를 누구도 관심 갖지 않았던 것처럼 떠난 이.. 2024. 6. 9.
뒤쫓다-뒤따라가다-뒤에 서다-돌보다 ‘뒤쫓다’는 낱말을 앞에 놓아두고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해요. 국립국어원 표준대사전엔 ‘뒤-쫓다’를 “뒤를 따라 쫓다”와 “마구 쫓다”라고만 풀이되어 있습니다. 풀이말엔 나오지 않지만 ‘뒤쫓다’는 무언가를 바로 잡기 위해, (도망가는 무언가) 뒷덜미를 잡기 위해, (잘못된 무언가를) 바로 잡으려는 태도가 배어 있는 듯합니다. ‘바로 잡기’는 ‘손아귀로 움켜쥐는 일’과 이어져 있다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이 낱말을 풀어볼 수 있지 싶어요. 뒤쫓는 건 바로 잡기 위해서라기보단 혹여나 ‘놓쳐버릴 수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어요. 놓쳐버리면 다시 찾을 수 없기 때문에, 무언가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애써 뒤를 쫓아 가는 것이겠지요. (바로) 잡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깁니다. 그.. 2024. 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