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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하는 생활

곁의 조난자

by 종업원 2014. 9. 1.


2014. 9. 1






조난자를, 가라앉고 있는 이를 구조할 수 있는 이는 누구인가? 거대한 화물선과 유조선은 조난자를 알아보지 못한다. 높고 거대한 그곳에서는 조난자가 보이(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난자를 발견하는 이는, 조난자를 구조하는 이는, 또 다른 조난자다. 

인도양을 항해하던 한 남자가 선박 컨테이너 박스와 충돌해 조난 당한다. 예측불가능한 바다의 조건, 삶 속의 도사리고 있는 불가항력적인 재난. 한 남자가 바다 위에서 거의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과정은 거의 모든 것을 수행하는 일이기도 했다. 그렇게 마지막 남은 고무보트 또한 불에 타버린 뒤 가라앉는 <All is lost>(2013)의 마지막 시퀀스의 한 장면. 가라앉고 있는 이를 깨우는 하나의 불빛.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바다 위에서 그는 거의 모든 것을 했다. 그럼에도 가라앉았지만 거의 모든 것을 성실하게 시도 했었기에 다시 수면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가라앉고 있는 이가 비추는 불빛. 저 불빛은 바다 위에서 조난 당한 또 다른 조난자의 것이다. 성실한 조난(절망)만이 서로를 구한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그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는 사실은 바로 그 자리에서 정성을 다해 거의 모든 것을 했었다는 증거이지 않은가. 그 사실을 비추는 곁의 조난자. 곁의 목격자. 그 곁으로 돌아가야 한다. 돌아가 곁의 사람들을 구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