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9. 30
중앙동 '히요방'_봄이 / 2017. 9. 30 / <문학의 곳간>(39회)
네 발 짐승이 까치발을 하고 두 발로 서서 창밖을 오래도록 바라본다. 더 높은 곳에 올라서고 싶은 것인지, 위태롭게 기대어 서보고 싶은 것인지 짐작 하기 어려운 것은 커튼 사이로 몸을 감추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동물과 아이의 눈동자가 아무리 맑고 초롱초롱하다고 해도 정작 그 눈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신묘한 동물이라고는 하나 어느새 (도시) 공동체의 구성원이 되어버린 고양이가 높은 곳에 오른다고 해도 필시 위에서 아래를 조망하며 세상을 풍경화로 단순화시켜 감상하고자 하는 인간의 시선(권력)과는 다른 방식으로 바깥을 보고 있을 게다.
'바깥'을 기웃거리게끔 유혹하고 '너머'를 상상할 수 있는 순간을 허락하는 문학은 우리를 까치발로 서게 한다. 때론 두 발 짐승을 네 발로 기어다니게 만들기도 한다. 우리가 벌레처럼 살아왔음을 고발하고 부나비처럼 환등상을 쫓아 부유하는 존재의 어리석음을 폭로하기도 한다. 까치발로 서다가 바닥으로 나동그라지는 순간 문학의 이치가 잠시 드러나기도 한다. 여기와는 '다른 세계'란 '저 너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곳이라는 진창에 엎어져 뒹굴 수밖에 없을 때 몸으로 알게 되는 것이라고. 고양이는 언제나 날렵하게 착지 하고 아이는 늘 바닥에서 뒹군다. 나는 오늘도 그 사이를 다만, 걸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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