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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정2

다정함의 물결 무늬 2015. 3. 19 물푸레나무는 물에 담근 가지가 그 물, 파르스름하게 물들인다고 해서 물푸레나무라지요 가지가 물을 파르스름 물들이는 건지 물이 가지를 파르스름 물올리는 건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물푸레나무를 생각하는 저녁 어스름 어쩌면 물푸레나무는 저 푸른 어스름을 닮았을지 몰라 나이 마흔이 다 되도록 부끄럽게도 아직 한번도 본 적 없는 물푸레나무, 그 파르스름한 빛은 어디서 오는 건지 물 속에서 물이 오른 물푸레나무 그 파르스름한 빛깔이 보고 싶습니다 물푸레나무빛이 스며든 물 그 파르스름한 빛깔이 보고 싶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빛깔일 것만 같고 또 어쩌면 이 세상에서 내가 갖지 못할 빛깔일 것만 같아 어쩌면 나에겐 아주 슬픈 빛깔일지도 모르겠지만 가지가 물을 파르스름 물.. 2015. 3. 19.
입구가 좁은 깡통, 된장국, 호마이카상 2015. 3. 17 봄이 가장 늦게 도착하는 곳이 아닐까, 이곳은. 고개를 숙이고 열심이 무언가를 적고 있는 사람과 도무지 집중을 하지 못해 연신 두리번 거리는 사람과 학교에 있을 수도 없고 학원으로 갈 수도 없어 이곳으로 온 애띤 사람들을 스쳐지나며 잠깐 그런 생각을 했었다. 봄이 가장 늦게 도착하는 곳일 수도 있겠구나, 이곳 시립도서관은. 봄볕 아래에 내어 말린 성긴 의욕은 투명해져가고 나는 아무런 조바심 없이 글을 읽고 메모를 한다. 서고를 뒤지다 유물처럼 감춰져 있는 친구들의 글을 발견하기도 한다. 하나 같이 단호한 표정으로 단단한 문장을 쓰고 있지만 천천히 읽어가니 말랑한 감정의 과육이 흥건하다. 그 마음들을 애써 감추고 단호해져야만 했던 스무살, 단단해지고 싶었던 그 시절이 괜히 서글프다. .. 2015. 3.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