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밀함의 풍경1 내밀함의 풍경 2015. 3. 23 아침 7시, 드릴 소리에 놀라 잠 깨다. 무언가를 뚫고 부수는 소리가 집 전체를 흔드는 것만 같다. 이 소음을 '리모델링'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니 몇 달 꾹 참고 넘어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난 데 없이 '멱살을 잡힌 것만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문제는 소음이 아니다. 무언가를 짓고 부수는 방식의 탐욕스러움 속에 사람살이의 가치과 존중 또한 무너지고 뚫리는 중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간 옮겨다녔던 집들이 예외 없이 공사의 참사를 겪었음을 알게 된다. 쇠락한 지역을 전전하며 나름 알뜰하게 생활의 터전을 잡아갔으나 그 알뜰함이라는 것이 건물주와 자본가들에겐 누가 낚아채기 전에 서둘러 독식해야 하는 눈 먼 보따리처럼 보였나보다. 내가 살았던 집들이 죄다 재개발.. 2015. 3. 2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