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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석전기2

"백판거사(柏板居士)"-절망하기(2) 2015. 4. 11 류영모는 잣나무로 만든 널판을 안방 윗목에다 들여놓고 낮에는 방석 삼아 그 위에 앉아 있고 밤에는 침대 삼아 그 위에서 잤다. 사람들이 류영모의 집에 찾아가 널판 위에 꿇어앉아 있는 류영모의 모습을 보고는 죽은 이가 다시 살아나 칠성판 위에 있는 것 같아 섬뜩한 느낌이 든다고 하였다. 안방에 널판을 들여다놓고 그 위에서 40년 동안이나 산 이는 일류 역사에 류영모가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다. 류영모가 앉고 누운 잣나무 널판은 상가(喪家)에서 쓰는 널감이었다. (중략) 류영모가 쓴 잣나무 널판의 두께를 재어보니 3치(약 9센티미터)이고, 폭은 3자(약 90센티미터), 길이는 7자(약 210센티미터)였다. 류영모가 널판 위에 사는 전무후무한 기행을 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2015. 4. 12.
"배부른 꿈" 2015. 3. 29 "우리가 사는 이게 모두 꿈인지 몰라요. 그러나 꿈이더라도 깨우지는 마세요. 나는 지금 좋은 꿈을 꾸고 있어요. 여러분 모두 나와 같이 좋은 꿈을 꾸어봅시다." ―박영호, 『다석전기-류영모와 그의 시대』, 교양인, 2012, 81쪽. 이 땅에 천주교가 들어온지 112년이 되고 개신교가 들어온지 22년이 된 1905년 봄부터 류영모는 서울 연동교회 예배에 참석한다. 그 시절 선교사 게일의 설교를 잊지 않고 기억했다는 류영모의 기록을 권나무의 음악을 들으며 읽었다. "난 좋은 꿈을 꾸었네요"라는 소절이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향한 처연한 감정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시 한번 그런 꿈을 꿀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담겨 있음을 알게 된다. '배부른 꿈'이란 얼마나 단순하고 놀라운 표현인.. 2015. 3.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