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늘의 인용

"배부른 꿈"

by 종업원 2015. 3. 29.

2015. 3. 29

 

 

 

"우리가 사는 이게 모두 꿈인지 몰라요. 그러나 꿈이더라도 깨우지는 마세요. 나는 지금 좋은 꿈을 꾸고 있어요. 여러분 모두 나와 같이 좋은 꿈을 꾸어봅시다."

―박영호, 『다석전기-류영모와 그의 시대』, 교양인, 2012, 81쪽.

 

 

이 땅에 천주교가 들어온지 112년이 되고 개신교가 들어온지 22년이 된 1905년 봄부터 류영모는 서울 연동교회 예배에 참석한다. 그 시절 선교사 게일의 설교를 잊지 않고 기억했다는 류영모의 기록을 권나무의 음악을 들으며 읽었다. "난 좋은 꿈을 꾸었네요"라는 소절이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향한 처연한 감정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시 한번 그런 꿈을 꿀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담겨 있음을 알게 된다. '배부른 꿈'이란 얼마나 단순하고 놀라운 표현인가. '꿈'은 각자가 품고 있는 '희망'으로 가는 오솔길이다. 작고 조용한 그 길에서 함께 걸을 수 있는 한 사람, 그 뒤를 천천히 뒤따르는 또 한 사람, 아직 오지 않은 바로 그 한 사람. 내가 걷고 있는 꿈길 또한 누군가의 뒤를 따르고 있는 길일 것이다. 지금 걷고 있는 길이 꿈 속에서 함께 걸었던 걸음이 만든 길과 이어져 있음을 예감하게 된다.   

 

 

 

내가 좋아한 사람들은 
멋진 사람들

작은 쪽배를 타고서도
어두운 밤 바다로 나가는 
사람들을 따라서
나도 작은 배를 타고
파도를 견뎌가며
고독이 기른 눈빛으로

아름다운 당신과
내 사랑하는 당신과
세상을 다가진 듯 취한 밤

아름다운 당신과
내 사랑하는 당신과
세상을 다가진 듯 취한 밤

난 좋은 꿈을 꾸었네요


내가 좋아한 사람들은
멋진 사람들

작고 낡은 집에 살아도
따뜻하고 평화로운
사람들을 따라서
나도 작은 집을 짓고
겨울을 견뎌가며
고독이 기른 눈빛으로

사랑하는 당신과
아름다운 당신과
세상을 다가진 듯 취한 밤

아름다운 당신과
내 사랑하는 당신과
세상을 다가진 듯 취한 밤

난 좋은 꿈을 꾸었네요
난 좋은 꿈을 꾸었네요

난 좋은 꿈을 꾸었네
좋은 꿈을 꾸었네
좋은 꿈을 꾸었네요

 

 

'오늘의 인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릅쓴 얼굴-절망하기(3)  (0) 2015.04.14
"포동포동한 손"―엄마 시집(1)  (0) 2015.03.31
용접하는 '현장'  (0) 2015.03.18
마-알간 시  (3) 2015.01.21
숙련되지 않는 것들, 계속해야 하는 것들  (0) 2015.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