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도둑러닝2

질 자신_도둑러닝(5) 2023. 5. 2 "자신이 없어요, 질 자신이." 이세돌의 '밈'으로 알려진 이 말을 달리기에 빗대어 누군가에게 했던 적이 있다. 1km를 5분대로 뛸 수 '없는' 강박과 다급함을 토로한 것이었지만 속도와 기록에 대한 즐거운 비명에 가까운 너스레이기도 했다. 장림에서 다대포를 거쳐 장림 포구를 돌아 장림 시장 둘레를 달리면 10km가 조금 넘었다. 일주일이나 10일에 한 번씩 달리며, '평생 달리면서 살아야겠다'고 다짐을 했던 순간도 있었다. 한창 집중하고 있던 복싱을 더 잘 하기 위해서, 링위에서 지치지 않기 위해 시작한 달리기였지만 '먼 거리를 온힘을 다해 달려서 다다른다'는 단순함과 명료함이 좋았다. 달리는 동안 거의 어김없이 한두 가지 생각을 떠올리거나 품게 되는 것 또한 좋았다. 달리는 동안 .. 2023. 5. 4.
도둑 러닝(1) 2021. 4. 20 미루고 미루다가, 며칠을 벼르고 벼르다가 나왔다. 날이 많이 따뜻해져서 반바지를 입고 달렸다. 미루고 미룬 건 귀찮아서가 아니라 주치의라고 생각하는 한의원 선생님의 ‘땀을 흘리면 안 된다’는 단호한 처방을 어길 수가 없어서인데, 이성과 상식으론 납득이 되지 않는 처방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말할 수도 없다. 러닝을 하면 아무래도 건강해지니 뛰고나면 좋다는 게 ‘상식’이지만 내 경우엔 달리고나면 건강을 걱정해야 할 판이니 이 속앓이는 누구와도 공유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나의 달리기는 일탈적인 성격이 강하다. (지난 겨울, 달리는 동안 자꾸만 오정희의 을 떠올렸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요즘은 밤에 자고 아침에 일어나는 생활에 공을 들이고 있어서 대개 밤 10-11시쯤에 달렸던 것과 .. 2022. 10.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