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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한 하나3

"등을 내어주는 업기" 2017. 12. 3 1. 지난 주 토요일, 작년 이맘 때쯤에 출간되었던 저의 첫번째 평론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대개의 문학 평론집이 비슷한 형편이긴 하겠지만 누구도, 어디에서도 다루지 않아 '한번도 신간이었던 적이 없던 책'을 그간 만나왔던 친구들과 함께 '오늘만은 신간'일 수 있는 자리에서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습니다. 2. 2013년 여름부터 이라는 모임을 매달 1회씩 정기적으로 열어왔습니다. '문학'이 저 멀리 있는 고고한 언어의 상찬만이 아니라 우리 곁에 있는 모두의 '곳간'임을 매회 열면서 알리고 저 또한 이 모임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분기별로 '곁에 있는 작가'를 초청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만들어보기도 했는데, 이번엔 제가 그 이력에 신세를 .. 2017. 12. 3.
문학의 곳간 41회 <무한한 하나>(산지니, 2016) 바로 그 한 사람-서문을 대신 하여 1내게 비평은 ‘한 사람’을 만나기 위한 애씀의 노동이다. 한 사람을 절대적으로 만나는 일, 한 사람을 결정적으로 만나는 일, 침잠과 고착의 위험함을 무릅쓰고 ‘바로 그 한 사람’으로 만나는 일. 무언가를 하기 위해 만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을 무한하게 만나기 위한 시도로써의 글쓰기. ‘무한하다는 것’은 특정한 대상이 소유하고 있는 특별한 자질을 지칭한다기보다 모든 ‘하나’가 공평하게 나눠 가지고 있는 속성을 가리키는 말에 가깝다. 중요한 건 특별한 능력이나 자질이 아니라 모든 하나(존재)에 깃들어 있는 잠재성에 있다. 아무 것도 아닌 하나가 누군가에게 ‘바로 그 하나’이자 ‘절대적인 하나’가 될 때 ‘무한’이라는 끝이 없는 공간이 열린다. ‘바로 그 하나’란 사.. 2017. 11. 18.
무한한 하나 : 노동자들의 문서고 1. 용접한다는 것 내 아버지는 용접공이었다. 결혼을 한 이듬해 고향이었던 강원도 삼척에서 부산으로 내려와 막노동으로 생계를 꾸리다 어깨 너머로 배운 용접일로 한 시절을 보냈다. 당연히 용접 자격증 따위는 없었고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로 팀을 꾸려 언제, 어디라도 불러만 주면 달려갔다. 야무지고 기술이 좋다는 입소문 덕에 여기저기서 연락이 왔다. 새벽에도, 휴일에도, 밥을 먹다가도, 잠을 자다가도 일거리가 생기면 달려 나가 용접을 했다. 식사 시간을 뚝 떼어내고, 잠자리를 뚝 떼어내서 철골들을 이어붙이고 무수한 구멍과 빈틈들을 때웠다. 그렇게 떼어낸 삶을 밑천으로 세간을 꾸렸다. 살림은 밖에서도 훤히 다 보일정도로 말갰고 삶 또한 단 한 번의 우회 없이 직립의 방향으로, 이렇다 할 감춤이 없었다. 다만 점.. 2012. 12.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