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장2

다시, 문제는 문장이다 문제는 문장이다(이 문장이 비문으로 읽힌다면 그 사람은 필시 ‘문장’을 한갓 명사로만 간주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 시인의 말처럼 문장에서부터 모든 것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보다 명확한 사건을 본 적이 없다. 사건 다음에 문장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문장 다음에 사건이 생긴다. 어떤 문장은 매우 예지적이다. 어떤 문장은 매우 불길하다. 그리고 어떤 문장은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진다. 그것은 조금 더 불행해졌다. ―김언, 「이보다 명확한 이유를 본적이 없다」 부분, , 민음사, 2009. 문장에서부터 모든 것이 발생한다는 시인의 머릿속은 대개 ‘문장 생각’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시를 쓸 때도 그는 문장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김언의 문장을 다음과 같이 변주해보자. ‘시를 쓰기 위해 문장을 쓰는.. 2011. 5. 22.
위대한 스승이 보낸 편지 작년에 내가 한 일 중 가장 의미 있었던 일은 처음으로 대학에서 강의를 한 것이나 수백 장의 원고를 쓴 게 아니라 내 어머니에게 핸드폰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방법을 가르쳐 드린 것이다. 어머니로부터 처음으로 문자 메시지를 받았을 때의 그 감동이란, 이루어 말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남루한 당신의 옷차림처럼 오탈자로 가득한 메시지를 보는 순간 ‘말’이 ‘문자’에 선행한다는 기왕의 논의를 부정한 한 철학자의 논의를 비로소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기도 했다. 수년 전 신병 교육대에서 처음으로 어머니로부터 받은 편지가 온통 문법에 맞지 않는 문장들이었기에 더욱 눈물을 참을 수 없었던 것처럼, 30초간 명멸하는 핸드폰 액정 위에 오롯이 ‘새겨’져 있던 “사라하다 내아들”이라는 결여된 메시지는 늘 주면서도 더.. 2010. 4.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