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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2

낭송 러닝 2020. 2. 27 다대포 2020. 2 2월 27일 저녁은 비를 맞으며 달렸다. 흩뿌리는 비여서 곧 그치겠거니 생각하며 달렸는데, 더 거세지진 않았지만 그치지도 않았다. 노면이 미끄러워 평소보다 더 긴장하고 달렸다. 여느 때와 다름 없이 다대포해수욕장을 돌아 복귀하는 길엔 잠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거리엔 인적이 드물었고 불길한 느낌의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부를 수 있는 구절만 단말마처럼 외쳐되는 형색이었던 터라 고라니 울음소리처럼 들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괴성’은 지르면서도 곧장 중단하고 싶어진다. 낯설지만 익숙한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익숙하지만 낯선 목소리와 함께 뛸 수 있다면, 시를 낭송하며 뛴다면? 외우는 시가 없어 곧장 시도 하진 못했지만 복귀하는 길위에선 .. 2020. 3. 8.
뭉개진, 뭉개지는 얼굴 처음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매력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탐욕적이고 가벼운 것이어서, 나는 한사코 그 말을 쓰는 것(기록)을 피하기만 했었는데, 그러나 어쩌나, 그동안 나는 무수히 많은 '처음'을 말해왔구나. 그 어떤 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내뱉는 '처음'이 아니라 목적에 결박당한 처음을 나는 얼마나 많이 말해왔던가. 그 꽃잎 같은 처음은 내 입 속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더렵혀져 왔던가.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질 것인가. 목적을 잊은 '처음'이 내게로 오는 것을 어떻게 방해하지 않고 무심히 맞이할 것인가. 불안한 봄밤, 엉덩이를 들썩이며 레오 까락스, 1991 中 드니 라방의 얼굴을 보라. 훼손되어 있는 얼굴, 그럼에도 단독성을 획득하고 있는 그 얼굴을, (소위 얼굴로 먹고.. 2010. 4.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