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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비평2

낯선 고향 쪽으로⏤코로만 숨 쉬기(5) 2023. 12. 8  못해도 일주일에 한번씩은 달려야지 싶지만 자꾸 미뤄지고, 마음을 크게 먹어야 나설 수 있는 걸 보면 달리기를 살림이라 꺼내놓을 수 없겠구나 싶기도 하다. 애써 모른척, 마치 어제 본 동무를 향해 인사를 건네는냥 아무렇지 않게 나가야겠다 마음 먹고 달릴 채비를 갖춘다. 어플을 확인해보니 달린지 20일이 넘었기에 오늘은 더 천천히 달려야겠다 마음 먹고 나섰다. 거리나 속도를 가늠하지 않고 코로만 숨 쉬며 비에 흠뻑 젖는 것처럼 밤공기에 몸을 내맡기며 나아간다. 새삼 나-아-가-다란 낱말을 곱씹게 된다. 달리기를 몸과 마음을 펼치는 자리라 여겨왔기에 '펼치다'란 낱말에 대해선 나름으로 풀이를 해보고 짧게나마 적어보기도 했다. 달리는 동안 드문드문 '나아가다'란 낱말을 떠올리게 되는 때.. 2023. 12. 24.
빈 채로 좋아하다 2023. 10. 21 작업실에서 서성이다가 마침내 이곳을 좋아하게 되었다는 걸 알아차린다. 좋아하는 마음 때문에 안달이나서 곧장 불안해지는 것이 아니라 흐르는 냇물처럼, 따뜻한 봄볕이나 가을날 부는 바람처럼 느긋하게 내려앉는 좋아함을 느끼며 조금 더 서성였다. '좋아한다'는 말은 내게 금기어에 가까운데, 때때로 사람들과 어울릴 때 나도 모르게 그 마음을 내비치는 경우도 있지만 깊게 품으려 하지 않았다. 좋아하는 것이 상대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 만큼이나 좋아하는 (내) 마음에 깊이 빠지기 쉽기 때문에 단박에 좋다 여기는 것은 거듭 의심하거나 본능적으로 그 앞에서 뒷걸음질을 치곤 했다. 서서히 이끌리는 것에 대해선 일부러 흐릿하게 하거나 곁눈질로만 보려 애썼다. 충분히 좋아하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좋아하는 .. 2023. 10.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