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다1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다―이별례(8) 2016. 1. 26 자고 일어나니 벌레가 되어 있더라는 ‘그레고르 잠자’만큼은 아니겠지만 과할정도로 진했던 눈썹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홀라당 다 빠져버렸음을 뒤늦게 알게 되었을 때의 황망함을, 좀처럼 납득할 수 없었던 그 당혹스러웠던 순간을 가만히 기억해본다. 거울을 얼마나 자주, 또 자세히 들여다보느냐와 상관없이 자신의 얼굴을 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바깥으로 나가지 않고 자신이 속해 있는 체제의 구조를 안다는 것의 어려움과 다르지 않다. 바깥으로 나간다는 것이 그대로 앎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늘 있던 그 자리에선 영영 볼 수 없고 알 수도 없는 영역이 있다. ‘얼굴’은 이/목/구/비로 이루어진 표면적인 조합이 아니라 시스템의 명령이 들어오고 나가는 영역(들뢰즈/가타리)이며 고유.. 2016. 1. 2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