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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영2

모임이 쓰다 2023. 7. 2 1. 화명동 '무사이'에서 이미상 소설가가 쓴 『이중 작가 초롱』(문학동네, 2022)을 함께 읽었다. 여러가지 의미로 흥분과 긴장을 가득 머금고 읽었는데, 참석자들이 이야기를 잘 풀어주어 모임을 하는 동안에서야 마음껏 소설집에 빠져들 수 있었다. 진지하고 무거운 주제를 재미나고 통렬하게, 무엇보다 생생하고 정확하게 다루면서도 기록되지 않고 보이지 않았던 사람들을 향해 이야기 하고 있다는 게 좋았다. #문단_내_성폭력 이후 트위터를 비롯한 여러 피드에서 흐르고 있던 목소리들, 촘촘하게 따져묻고 집요하게 추적하다가 어느 사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목소리들을 떠올리면서 읽어내야 했기에 한달음에 읽진 못했지만 신나고 즐겁게 읽었다는 이들이 내어놓은 이야기에 기대어 소설집 곳곳에 슬픔뿐만 .. 2023. 7. 2.
흐트러짐 없이 사위어가는 것 2023. 1. 21 오소영 작가의 개인전 (2023. 1. 20~30)을 보기 위해 '18-1 gallery'에 들렀다. 1,2층을 여러번 오르내리며 작품 앞에 오래도록 서 있었다. 선 채로 서성였다. 작품 앞에 서 있는 동안 적막하고 쓸쓸했지만 사위어간다는 것이 꼭 사라지는 게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들판에 서서 사위어가는 것을 지켜보(내)는 동안 사그라지는 감정에 대해 생각했다. 타오르는 것, 타들어가는 것, 꺼져가는 것이 하나의 몸으로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피어오르는 몸은 흐트러짐이 없다. 작품 앞에 오래도록 서 있어야 했던 이유를 알 거 같다. 오래도록 들판을 보던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멀찌감치 떨어진 저 들판과의 거리는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오랫동안 지켜(보)낸 시간의 기록이.. 2023. 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