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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모임5

살림에 깃드는 작은 날개짓 2025. 1. 19 연산동 '카프카의 밤'에서 잇는 아홉번째 걸음을 함께 했다. 도무지 시간을 낼 수가 없겠다 싶었지만 오고 가는 3시간 동안 손보는 책 원고를 들여다보면 되겠구나 싶어 나섰다. 운전을 해서 가면 조금 더 일찍 닿을 수 있다해도 가만 생각해보면 내내 차에 메인다는 뜻이니 두손 두발이 차에 묶여 있는 셈이다. 그래서 40분 일찍 나서기로 한다. 가끔씩 작은 생각이 깃들며 저절로 트이는 살림 자리를 만날 때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다. 에 가는 길이어서일 테지. 새벽부터 모임 자리를 펴려 고흥을 나선 이와 밤늦도록 불밝히는 책방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이오덕 어른이 남긴 글을 나누는 자리로 가는 걸음이니 살림이 깃들 수밖에.⟪이오덕 일기⟫를 곁에 두고 이야기를 나눈 아홉 걸음. 다시는 오지 .. 2025. 1. 19.
나날쓰기 2025. 1. 3글쓰기를 미룬다. 미룰 수 있는 만큼, 미룰 수 없을 때까지. 어제 써야 했던 글을 쓰지 못했기에 오늘 써야 하는 글도 쓰지 못한다. 쓰지 못한 글쓰기 굴레에 갇혀 숨가쁜 나날이 이어진다. 청소를 미룬다. 지저분한 자리를 피해다닐 순 있지만 그럴수록 더 눈에 밟힌다. 먼지가 쌓이고 얼룩이 진다. 너저분하고 어수선하다. 그 모든 살림에 등을 돌리고 앉아 글쓰기를 미룬다. 작업실 가는 길에 이오덕 일기를 읽었다. 한길사에서 펴낸 ⟪이오덕 교육일기・2⟫(한길사, 1989)와 양철북에서 펴낸 ⟪이오덕 일기・4⟫(양철북, 2013)를 챙기고선 지하철에서 펴보았다. 4권은 1992~1998년 사이에 쓴 글을 추린 것인데, 지난달 이응모임에서 함께 읽은 ⟪내가 무슨 선생 노릇을 했다고⟫(최종규 편집.. 2025. 1. 5.
작업실 가는 길 2024. 12. 19잠자리 자세가 잘못된 탓이라 여겼는데, 아닌 모양이다. 보름이 지나도록 목과 어깨 결림이 나아지질 않는다. 저녁이 되면 더 결리고 밤이 되면 그만 누워야할 정도로 불편하다. 꽤 오래 달리지 못했고, 작업실도 나가지 못했다. 마음이 바쁜 탓이다. 그럴수록 이상하리만치 일머리가 잡히질 않는다. 며칠, 아니 몇 주를 그냥 흘려보낸 듯하다. 오늘은 점심을 든든하게 챙겨 먹고 간단히 도시락도 싸서 작업실로 간다. 지하철역까지 1km를 천천히 달렸다.강의가 없는 날은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지하철은 걷고, 뛰고, 읽는 일과 이어져 있지만 무엇보다 낯선 사람들과 부대끼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렇게라도 부대끼지 않으면 사람들과 잠시라도 섞일 일이 없을 것만 같다. 지난 주 그린그림과 디자인 회의하러 .. 2024. 12. 19.
가위바위보―살림글쓰기를 열고 닫으며 2024. 8. 29 곰곰 생각해보면 ‘모임’이야말로 잘 가꾸고, 잘 꾸리고 싶은 살림입니다. 짧은 시간 동안 그럴듯한 성과를 내기 위한 워크숍이나 프로젝트, 널리 알려진 이를 좇고 기대어 무언가를 얻고자 하는 강연은 모임과 그야말로 다른 결을 가집니다. ‘모임’은 특별히 이끄는 힘도, 대단한 무엇도 없는 작고 느슨한 이름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여러 힘으로 가득합니다. 모임은 ‘모으다’에서 왔겠지요. ‘여러 사람을 한 곳에 오게 하거나 한 단체에 들게 하다’는 뜻 안에 ‘한데 합치다’, ‘쌓아 두다’, ‘한곳에 집중하다’라는 갈래와 이어집니다. 누군가가 먼저 나서서 어떤 일을 하려고 자리를 열어 사람을 모은다는 뜻도 있지만 ‘무언가에 이끌려 한 자리로 찾아오다’라는 갈래로도 풀 수 있습니다. ‘모임’을.. 2024. 8. 30.
작은 글씨로 그린 마음 무늬 2024. 6. 11스무살 무렵에 시도 잘 읽어내고 싶어서 애를 써서 자주 시집을 펼쳤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아서 읽고 또 읽기를 되풀이했는데, 대체로 이야기꼴을 갖추고 비유가 현란하지 않은 장정일이 쓴 시집 두 권이 좋은 길잡이 노릇을 했다. 군대에 잡혀가기 전에 다행히 시집을 여러 권 읽은 바 있어서 읽을 거리로 자리 잡혀 있었고, 뭔가를 읽을 짬이 없는 군대에선 짱박혀서 읽기엔 시집만한 게 없었다. 최전방 부대에 배치되어 1년 동안 GOP에 들어가 철책선을 지키는 일을 했는데, 나는 야간 근무를 서면서 졸거나 잔 적이 거의 없었다. 고참이 잠들면 건빵 주머니에 넣어둔 시집을 꺼내 읽거나 두 번 접어서 여덟 면으로 나뉜 편지지에 밑도 끝도 없는 편지를 썼다. 오늘 이오덕 어른이 펴낸 마지막 시집에.. 2024. 6.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