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돗개 하나1 진돗개 하나* 전쟁은 사랑의 체위(體位)를 변화시킨다. 전시 중엔 여성상위(騎乘位)가 선호된다. 병사들은 대개 부상을 당했거나 피로하고, 병사가 되지 않은/못한 이들은 격렬한 움직임으로 전후방의 고통을 일시적으로나마 해소한다. 전쟁이 끝난 이후엔 대개 후배위(後背位)가 선호된다. 전시 중에 저질렀던 각자의 만행들을 폐허 속에 묻어 두어야만 삶을, 관계를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쟁이 끝난 후 우리는 타인의 얼굴을 보는 것이 두렵다. ‘아버지’가 집을 떠났을 때, 가족 구성원들의 삶은 ‘귀환’이라는 축을 철저하게 망각하는 궤도를 가지고, 집을 떠나 병사(兵/病士)가 되어버린 이 또한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수많은 만행을 저질러야만 한다. 그러니 이들이 재회하는 순간에 포착되는 ‘놀람’의 표정을 오해해서는 안 된다.. 2011. 1. 2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