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일기1 각자의 '짐승' 일기 2022. 10. 29 김지승의 『짐승일기』는 ‘쓸 수 없는 것들’을 쓰려고 하는 의지로 가득합니다. 날짜가 아닌 요일로 재편집되면서 선형적인 시간성이 흐트러지고 사건과 감정의 희미한 인과도 지워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읽을수록 감정과 사건이 누적되는 게 아닌 어딘가로 휘발되어버리는 특이한 읽기 체험을 하게 됩니다. 형용모순이지만(무엇보다 수사적으로 읽힐 수도 있겠지만) 『짐승일기』를 읽으면서 내내 ‘지우는 글쓰기’에 대해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모든 걸 지우는 게 아니라 ‘어떤 것들’을 지워가는 글쓰기 말입니다. 다시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의 글쓰기 속에도 ‘어떤 것들을 지우기 위한 의지’가 반영되어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잊지 않으려 무언가를 기록하려고 할 때조차, ‘남겨두려는 의지’가 기어코 서 .. 2022. 10. 29.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