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로 가는 길1 이름없는 세상의 모든 길 2015. 1. 17. 같은 길이어도 걸음만큼은 같을 수 없다. 걸음이 다르니 자연히 길도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일까. 볕 좋은 날 걸었던 산보와 사뭇 다른 처연한 기운에 휩싸여 힘겹게 걸음을 옮기기를 한 시간. 걷기를 그만두고 늦은 오후 나리쪼이는 겨울볕에 검고 습한 얼굴을 내맡겨본다. 결국 이 뒷산의 길 또한 뻔한 것이어서 몇번 오지 않았지만 다 알듯하다. 이내 틈입하는 뻔함과 시시함. 뻔한 것은 길이 아니라 걸음을 가리키는 것이겠다. 좀처럼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고 기어이 안으로 머리를 처박은 채 여기저기를 뒤뚱거리며 금새 다 알겠다는 푯대를 세우는 탓이지 않겠는가. 그러니 걷기를 멈출 게 아니라 더 부지런히 움직여 그 뻔한 자아의 걸음을 벗어날 일이다. 산길만 고집할 게 아니다. 한사코 잘 닦인 도.. 2015. 1. 1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