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1 우리의 앎은 돌이킬 수 없이 연루되어 있다—평화시장 재단사 전태일 불에 휩싸인 채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기 전, 전태일은 글을 썼다. 그가 남긴 대학노트 7권엔 일기와 어린 시절을 회상한 수기, 친구들에게 쓴 편지, 미완의 소설, 노동청에 보낼 진정서, 사업 계획서, 평화시장 노동자들의 근무 실태 조사를 위한 설문지 등이 빼곡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누군가에게 보이거나 글로써 어떤 효과를 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 없이 그는 다만 썼고, 읽었다. 읽은 것들을 이해하기 위해 다시 썼으며 그렇게 알게 된 것을 평화시장의 동료 노동자들과 동생에게 열띠게 설명하고 가끔은 잠자고 있던 어머니를 깨워 다급하게 알렸다. 전태일의 분신이 한국 노동운동사의 결정적인 사건이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가 허락되지 않은 환경 속에서 읽고 쓰는 일을 게을리.. 2016. 3. 2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