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자형 횡단보도1 김반 일리히 일기(3) 거지가 없다 보행자를 우선 시 하는 ‘X자 형 횡단보도’가 늘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별스럽게 일찍 개학한 한 대학에 강의를 하러 가는 길 위에서 떠올랐다. 보행자(달리 말해 걸을 수 있고 갈 곳이 있는 이)가 편해진 것은 분명하지만 육교[다리]가 없어지고 있다는 것에 관해 누구도 의문을 가지지 않는다. 그것은 걸을 수 없고 갈 곳이 없는 이가 모두 어디로 갔는가에 대한 물음을 가지지 않는 것을 가리킨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건너가기 위해서는 ‘육교[다리]’를 건너야 헸는데, 육교를 오른다는 것은[‘너머’로 건너간다는 것은] 그 위에서 걷지 못하는, 갈 곳이 없는 이들을 지나쳐[만나]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는 사실. 육교가 사라졌다. ‘거지’가 사라졌다. ‘거지’라는 단어를 서스름 없이 쓰는 나를 비난하겠지만 이제 ‘거.. 2012. 3. 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