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회복하는 생활

잠수왕 : 메인스트림(mainstream)의 감각

by 종업원 2013. 6. 16.
2013. 6. 12

물속에서 60초를 견딜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어째서 '우리'는 40초만에 고개를 쳐드는가? 59초가 될 때까지 '내가 잘 견딜 수 있을까' 두려워 하지 않고 기꺼이 실력 발휘를 하는 것, 바로 메인스트림(mainstream)의 감각. 기복이 없는 이들이 기록을 갱신한다. 큰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이들이 대체로 더 잘 쓴다. 언젠가 어떤 집담회에서 경기에 ...뛰고 싶어도 스파링정도 밖에 할 수 없기에 '전적'이 쌓이지 않는 답답함에 대해 언급한 바 있었다. 실전 감각을 익히는 것의 중요함이란 곧 내가 서 있는 장(場)을 만지며 느끼는 '질감'과 다르지 않다. 이미지 트레이닝은 우리를 너무 쉽게 고양시키고 너무 쉽게 지치게 만든다. 실전 감각이란 '룰(rule)'에 대한 감각과 다르지 않다. 룰에 대한 감각이 다르니 자꾸 진다. 그리고 그 이유를 실력 차이라고 믿어버린다.

제도에 대한 토로나 비난보다 중요한 것은 상호비평이다. 제도의 힘 없이 59초를 너끈히 견뎌낼 수 있는 힘은 오직 동료의 비평(함께-있음)으로부터 나온다. 때로는 스파링 파트너로, 때로는 가상의 적(상대)이 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 이건 훈수 따위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언제라도 기꺼이 링에 오를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이 상호비평의 요체다. 이것이 내 과제며 내가 일급이 되어야 하는(희망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59초를 너끈히 견디고 마침내 '다른 시간'으로 진입하는 것, 이것이 지금 내가 가진 희망이다. 때로는 잠수부가 되어 차갑고 어두운 물속으로 들어가야 하고, 때로는 모진 코치가 되어 '더 많은 것'을 요구하거나 '잘 하고 있다'는 응원을 보내야 한다. '잠수왕 무하마드'*는 일상과 생활, 다름 아닌 현장 속에서 만나야할 우리들의 동료다.

*옵니버스 영화 <세 번째 시선>(2006) 중 정윤철의 '잠수왕 무하마드'를 떠올릴 것.

(심야버스 막차를 앞에 두고 현수와 나눈 대화 중 한 대목을 쥐고 있다가 기록함)

'회복하는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립을 허용하지 않는 세계  (1) 2013.07.18
어떤 출사표  (0) 2013.06.18
장르라는 하나의 세계  (0) 2013.06.10
나날이 선명해지는 삶  (0) 2013.02.16
말들의 향방  (0) 2013.0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