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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하는 생활

장르라는 하나의 세계

by 종업원 2013. 6. 10.

2013. 6. 10


현수, 영광, 진희와 함께 18-1에서 나눈 잠깐의 담소 : 

<修羅雪姫>(1973)를 보며 '장르적인 것'이란 세계에 대한 확신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직감했다. 'b급 상상력'이라는 말만으론 '장르적인 것'이 가리키는 세계를 담아내지 못한다. 장르적인 것 속에는 일관된 원칙들이 있다. 그 원칙들이 새로운 스타일을 만드는 것이다. 어떤 상황이라도 그 원칙들만은 끝까지 지켜내는 것, '장르'는 바로 그 일관된 밀고 나감 속에서만 탄생할 수 있다. 장르란 어떤 세계에 대한 희망이며 의욕이다. 

근래의 영화들에 '장르적인 것'은 넘쳐나지만 정작 '장르'가 실종해버린 것은 아마도 '웰메이드'라는 기이하고 모호한 괴물이 영화를 장악해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웰메이드'의 세계. 누구나 욕망하지만 정작 그것에 대해선 제대로된 설명을 하지 못하는 기이한 세계. 

2007년 즈음에 나는 한 독립 영화 감독이 연출하는 스파이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한 적이 있었다. 영화를 찍는 내내 미덥지 못했던 그 영화가, 미완성으로 남겨졌다던 그 영화가 6년도 지난 이제서야 어렴풋 이해되었다. 이해하고 싶었다. 그 의욕을, 그 세계를, 그 원칙들을. 우리에겐 더 많은 '장르'가, '삶'이, '세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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