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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하는 생활

"Make a better place"

by 종업원 2013. 9. 11.

 2013. 9. 11

 

*지리한 원고를 마감하고 일주일 정도 노느라 하루 4시간정도 밖에 자지 못했다. 어제는 아름다운 친구들과 새벽 4시까지 통음했고 집으로 돌아와 8시까지 또 이것 저것 구경하고 펼쳐보고 만져보고 끄적이다 잠들었다. 변함없이 나는 12시에 깨었지만 다른 날과 달리 다시 잤다. 일어나니 마이클 잭슨 <history> 앨범이 도착해 있었다. 그런데 cd가 파손되어 있지 않은가? 내일 반품할 때까지 오늘 하루는 들을 수 있겠다. 마이클 잭슨의 음악을 'make a better place'라고 간명하고 정확하게 비평한 동료의 말을 떠올리며 음악을 듣는다. (간단하게) 청소를 하고 (거하게) 밥을 지어야겠다.


**요즘은 '글' 구상보다 '말' 구상(?)에 더 열심을 부리고 있다. 지난 월요일 수업을 마친 뒤 몸이 풀리는 느낌을 받았다. 말을 잘 주고받을 때만 느낄 수 있는 감흥 때문일 것이다. 수업이라는 만남(나눔)의 순간에 주고받는 말들은 귀하고 귀하다. 그 말들이 바닥에 떨어져 하찮아지지 않도록 애쓰는 게 '강사'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생각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그 어떤 희망도 조형할 수 없을 거 같은 대학 강의실이 가끔 멋진 연주회장이 되기도 한다. 누군가는 DJ가 되고 누군가는 MC가 되는 순간이 있다. 수업의 '여는 말'(선배는, 선생은 오직 먼저 말을 걸어주는 사람이다)을 준비하는 순간의 기쁨은 첫문장을 쓰는 순간의 기쁨보다 월등히 크다. 수업의 닫는 말은 함께 주고받은 말들 속에서 조형한다. 16주간 그런 수업을 지속할 수 있는 '몸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어제의 술자리에서 우리는 저녁 7시에 만나 새벽 4시까지 단 1분의 공백도 없이 열심히 말했다. 그것은 영화의 시놉시스이기도 했고 사업 계획서이기도 했으며 언젠가는 도착할 삶의 목적지이기도 했으며 마침내 조형할 왕국이기도 했다. 그 어떤 말도 기록하지 않았지만 전위적이고 뛰어난 영화 한편을 완성했다는 기쁨 같은 것이 있었다. 단 한마디의 말도 허투루 하거나 놓치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집중력으로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우리보다 더 큰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다른 우리가 되어 비로소 우리를 만났다. '팀웍'이라는 결속의 에너지가 전방위적으로 운동하고 있음을 느낀다. 어제의 '말'들은 이제 또 다른 이의 일상과 삶을 통해, 또 다른 이들의 말을 통해 '상연'될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찾아야할 사람은 자본가나 독지가가 아니다. 다른 옷을 입고 같은 표정을 짓는 숱한 '재단'들은 더더욱 아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공정은 우리가 담당한다. 하여, 우리는 우선 예술가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기술자가 되어야 한다. 그럴 때 당신과 나를, 이곳과 저곳을 잇는 '천사'가 나타난다. 지금, 9번 트랙 <You are not alone>이 흐르고 있다. 내 방을(이)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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