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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인용

"포동포동한 손"―엄마 시집(1)

by 종업원 2015. 3. 31.

2015. 3. 30


 

 



   포동포동한 손


   보드랍고 흰 손


   뜨거운 밥알에 데인 손


   우리 아기 손


   우리 아기들의 손


   내가 만져본 아기들의 손

 

   ―김연희, 「손」 전문, 『엄마시집』, 꾸뽀몸모, 2013



 

 

 

 

 

 

 

  

포동포동한 손은 아마도 하늘에서 내려왔을 것이다. 천천히 조용히 그러나 틀림없이 내리는 눈송이처럼 포동포동한 손은, 만져도 만져도 포동포동하다는 촉감이 사라지지 않고 포동포동함이 점점 더 커지기만 하는 그 손은 축복인듯 슬픔인듯 보드랍고 하아얀 것이어서 내내 잡고만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살아 있음(生)의 의지를 피력하는 손, 그러나 삶의 의지를 피력하는 순간 그 손은 세상의 혹독함과 마주해야 한다. 그리하여 포동포동한 손은, 보드랍고 흰 손은, 붉은 손이 된다. 뜨거운 손이 된다. 그 붉고 뜨거운 손이, 생의 의지로 충만하다는 것이 상처 받아야 하는 이유임을 알지 못한 채 그저 받아들여야만 하는 데인 손이 우리 아기 손이라는 것. 우리 아기 손을 잡는 순간 알게 된다. 우리 아기들의 손 또한 이곳에 함께 있음을. 함께 있다는 것은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세계의 촉감이 아니다. 우리 아기들의 손은 우리의 손과 함께, 생생한 감촉 안에서, 당장이라도 만져지는 구체적인 경험 속에서, 천천히 조용히 그러나 틀림없이 쌔근거리는 얕은 숨으로 이 세상에 도착했다는 것. 저 하늘에서부터 이곳으로,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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