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아>(최아름, 2012)
학창 시절 내내 '완무'(조현철 분)의 뒷모습만 봐야 했던 '영아'(김고은 분)를 뒤돌아보는 장면. 완무는 어쩌면 저 순간 처음으로 영아가 있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을지도 모른다. 감정적인 동요를 금지하고 있는 듯한 덤덤한 정조로 흐르는 <영아>를 거듭 관람하다보면 '입을 틀어막고 우는 울음'(이성복)조차 낼 수 없는 슬픔의 정서가 곳곳에 배어 있음을 알게 된다. 미안하다고 말할 수도 없는 미안함 앞에서 최아름은 얼굴을 마주보지 못한 채 (그런 이유로 충분하지 못한) 미안함을 전하지만 채울 수 없는 관계의 빈자리에 영아조차 모르는 (영화) 선물을 놓아둔다. '거기가 니 자리야?'라고 물으며 돌아보는 완무의 얼굴 또한 이제는 이 세상을 떠나고 없는 영아에게 보내는 작은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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