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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하는 생활

꿈이라는 비평

by 종업원 2023. 1. 29.

2023. 1. 22


1
누군가의 꿈 속으로 들어가는 꿈을 꿨다. 그이의 꿈 속에서 노닐다 나온 뒤 나는 사람들을 모아 꿈 속에서 내가 본 것들을 이야기 했다. 내가 꾼 꿈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의 꿈이 말한 것을 알리기 위해 사람들을 모은 것이었다. 꿈을 꿨다기보단 꿈이 나를 찾아온 것이기 때문에 꿈이 내게 말한 것을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 생각했다. 잠에서 깨어 꾸었던 꿈을 생각하며 급히 적었다. 어쩌면 비평은 누군가의 꿈에 초대 받은 이가 쓰는 글이라고.

누군가의 꿈에 (초대 받아) 들어갔다가 나오는 것. 내가 꾸는 꿈이라 생각되지만 누군가의 꿈에서만 꿀 수 있는 꿈이라는 게 있다. 나는 그 꿈 속을 마음껏 돌아다니며 마음껏 느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꿈은 내가 꾸는 꿈이 아니다. 누군가의 꿈이기 때문에 항상 내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내 맘처럼 되지 않기에 그 꿈에서 무언가를 배우게 된다. 꿈이 말하고자 한 것은 언제나 늦게 도착 한다. 꿈에서 깬 나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한다. 우선 꿈 속에서 내가 하려고 했던 것들, 그러나 되지 않았던 것들을. 그건 실패담이 아니다. 하려고 했던 것과 무관하게 흘러갔던 이야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어서 말한다. 의도하지 않은 것들, 생각 너머의 것들이 마음껏 흘러가던 모습을. 이건 내가 꾸는 꿈이 아니기에 바로 잡으려 애쓰거나 저항하지 않고 꿈이라는 오솔길을 따라 마음껏 걷는다. 그렇게 의도치 않게 들어선 오솔길이 있다. 생소하고 새로운 것들이 주는 감흥을 즐기면서도 잊지 말아야 하는 게 있다. 꿈이 내게 말하고 있는 것, 내게 전하고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을. 그걸 잘 듣고 이야길 전해야 한다. 그 전에 생각해야 할 것이 있다. 왜 내가 꿈을 꾸는대신 누군가의 꿈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는지, 그 꿈에서 본 것들이 무얼 말하는지, 그것이 꾸지 못한 내 꿈과 어떻게 연결이 되어 있는지를.


2
꿈 :
꿈은 무언가를 꾸리는 것이다. 잠 속에서도, 무의식 속에서도 무언가를 꾸리는 사람의 마음. 꿈 속에서 꾸리는 살림이라는 것도 있겠다 싶다. 그건 한편으로 꾸미는 것이기도 하다. 그럴듯하게 보이기 위한 눈속임이 아니라 매만지고 돌보는 손길로 명료하고 뚜렷해지는 것 또한 꾸밈이다. 꾸림으로 말과 생각이, 표정과 몸가짐이 단촐해지는 것 또한 꾸밈일 수 있겠다 싶다. 단촐하다는 '무소유'나 '제로웨이스트' 따위만을 가리키는 건 아니다. 꾸리는 사람은 여러 꾸러미를 가지고 다닌다. 꾸린다는 건 늘 꿰기를 잊지 않는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꿰지 않으면 흩어져 사라지는 것들을 아까워하고 안타까움을 느끼는 사람은 저마다의 역할을 하는 꾸러미가 여러 개다. 줍고, 담고, 기록하고, 모으기 위해서다. 여러 개의 꾸러미를 가지고 다니며 보고, 만나고, 느끼고, 표현한 것들을 잘 꿰고 그렇게 꿰어낸 것을 꾸리는 이에겐 부지런함이 배어 있지만 동시에 꾸러기 같은 모습도 있다. 꾸리는 이는 그걸 일이라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꿈을 꾸는 것처럼 꾸리는 것 또한 흥미롭고 재미난 놀이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 꾸러미 속엔 가지런하게 정리된 것만이 아니라 저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꿍꿍이도 함께 어깨동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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