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어느날
여긴 ‘톤(tone)’이라기보단 ‘음정(pitch)’이 있다. 절대음감을 말하고 싶은 게 아니다. 이 음역은 넓고 노래는 길어서 천천히 맞춰나가면 되기 때문이다. 정확한 음정으로 시작하는 말은 없다. 누군가는 조금 높게, 누군가는 내내 낮게 말을 잇는다. 그러나 한 사람 음정이 너무 낮다는 걸 알아차리지만 그게 달라질 수 없는 고유한 음정처럼 여겨진다면 모두가 약속이나 한듯 각자의 음정을 반음정도 낮춘다. 그러면 이 합창은 조금 덜 어색해진다. ‘조금 덜 어색한 한 것’이 <문학의 곳간>에 흐르는 음정이다.
이야기는 노래를 닮았지만 때론 가사 만큼 멜로디(가락)가 기억에 남는다. 어떤 분위기와 감정. 모두가 정확한 음정에 맞춰진 순간이 아니라 모두가 애써서 ‘조금 덜 어색한 상태’로 맞춰가는 동안 흐르는 가락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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