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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이라는 주름4

기지개를 켜듯 접힌 시간을 펼쳐 2023년 하반기 주제를 ‘가난이라는 주름’으로 묶어보았던 것은 알게 모르게 접어둔 것들을 펼쳐보면 좋겠다 싶어서였습니다. 다시 펼쳐봐야겠다 싶어 책 사이에 책갈피를 끼워두는 것처럼 기억을 접어두는 경우도 있지만 저마다가 놓인 형편 탓에, 또 갖은 이유로 접어두어야만 했던 것이 더 많지 않을까 싶어요. 스스로도 잊고 있던 접힌 기억을 펼쳐보는 자리를 가지면 좋지 않을까, 그런데 그 자리를 솔직한 고백만이 아니라 탐구와 탐색도 함께 하면 좋지 않을까 했습니다. 가난은 우리를 움츠려들게 만들고, 멈칫하게 하고, 뒷걸음질치게 하죠. 거기에 접힌 기억과 시간이 주름져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빈곤과 같은 뜻으로 쓰이는 가난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물질적인 것보다 심리적이고 정신적인 부분에 더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2024. 2. 24.
오늘 꼭 건네야 하는 이야기 어떻게 이 많은 가족이 변화하는 과정을 세세하게 감지하고 가늠하며 이야기로 펼쳐낼 수 있었을까. 자신이 사는 곳이 어떤 취급을 받는지 그 취급이 구성원들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스미는지, 마치 온도계처럼 ‘세상의 기온’에 반응할 수 있는 것일까.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하며 세라 스마시의 를 읽어내려가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리고 곧장 이런 물음 앞에 서게 됩니다. 어째서 우리는 이렇게나 냉랭한 것일까. 어째서 여기-지금-우리 이야기를 펼쳐내지 않고 있는걸까. 무엇이 이야기하는 걸 가로 막고 있는 것일까. 는 “날아서 (비행기를 타고) 지나가는 땅”으로 취급된 지역에서 대물림되는 가난의 악순환을 끊어내야겠다는 의지와,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는 이곳의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든 이야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팽팽.. 2023. 11. 7.
더 많은 가난⏤바깥으로 나아가며 이어가기 배수아의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문학과지성사, 2003)은 한국이 IMF를 한참 지나는 길목에서 공개된 소설입니다. 그 당시 흔하게 접해온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나 그와 무관하게 마침내 자유로운 삶을 향해 나아가려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와 달리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건지 뚜렷하게 파악하기 힘든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려는 것처럼 보입니다. 오늘 밤 가난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지 않으면 죽임을 당할 수도 있는 사람인 것처럼 매일 밤 가난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무대에 올립니다. 가난에 얽혀 있는 사람들은 서로 느슨하게 이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야기를 따라갈수록 가난은 생생함보다는 추상적이고 사변적인 방향으로 흐릅니다. 그건 배수아가 가난을 통해 사회의 부조리를 증언하거나, 해결의 필요성이나 .. 2023. 10. 18.
가난이라는 주름 가난이라는 주름 각자 입안에 감춰둔 충치[보석] 같은 그림자가 아닌, 모두가 가진 밑그림 얼룩[반짝임]처럼 금새 눈에 띄는 모든 색깔을 단박에 집어삼키는 검은[흰] 색깔 가까이 있지만 한쪽으로 밀쳐둔 서둘러 지워버리고 치워버린 접힌 기억을 펼쳐보는 시간 2023년 하반기 에선 ‘가난’에 관한 이야기를 펼칩니다. 장애물이나 극복해야 할 것으로 여겨왔을 뿐 좀처럼 이야기 나눌 기회가 없던 ‘가난’의 안팎을 다섯 권의 책을 타고 넘나들어보려고 합니다. 이 탐험 안에서 ‘한쪽으로 밀어내어도 어느새 곁에 있는 것들’과 마주해 어루만질 수 있는 자리가 열리길 기대합니다. 9월 23일_(97회) 배수아,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문학과지성사, 2003) 10월 28일_(98회) 세라 스마시, 『하틀랜드』(홍한별 옮김.. 2023. 8.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