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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난 기계2

고장난 기계(2) 2014. 10. 12 단순하고 명징한 일상이 매일 지속되고 반복되는 것이 새삼 신기한 일임을 알게 되는 순간은 그것이 중단되거나 파괴되었을 때다. 너무나 복잡하고 비논리적이어서 하나의 어휘로 지칭할 수 없는 탓에 우리는 그것을 짐짓 모르는 척, 슬그머니 '일상'이라고 무심히 불러온 것이다. 이 복잡하고 신기한 일이 일상이라는 이름으로 지속되고 반복된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동시에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일상이 (의심없이) 지속된다는 것은 우리가 일상이라는 이 복잡하고 비논리적인 구조가 어떻게 '지속'이라는 상태로 유지되는지 조금도 모르는 상태에 놓여 있음을 가리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복잡한 기계를 처음 만나는 순간 또한 그것을 편리하게 사용할 때나 아무런 문제 없이 작동할 때가 아니라 고장났을 때.. 2014. 10. 12.
고장난 기계-황정은, 『백의 그림자』(민음사, 2010) 2014. 9. 12 새벽에 깨어 한참을 누워 있었음에도 여전히 새벽이었다. 일어나 미루어 두었던 별강문을 정리하기 위해 일년 반동안 매달 1회씩 진행하며 쓴 10편의 별강문을 다시 읽어보았다. A4 44장, 원고지 274매. 매회 10~15명의 동료들이 문학의 곳간을 함께 열어주었기에 그에 응답하고자 쓴 글들을 다시 매만졌다. 내가 쓴 글이었지만 홀로 쓴 글이 아니었기에 생경한 문장들이 많았다. 뒤늦게 도착하는 문장들, 시간들. 아니 어쩌면 제 시간에 도착하는 편지들. 특이한 것은 최근에 쓴 별강문일수록 생경함이 더 크다는 점이었다. 올 봄, 에 초대되었던 한 작가가 사석에서, 에서 선물 받았던 별강문을 지금도 종종 읽어본다는 말을 전해주었을 때는 그렇게 다시 읽고 기억해주어 감사하다는 생각뿐이었는데,.. 2014. 9.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