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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숨2

부사(副詞)의 역사 한 때 제 몸으로 삶을 꾸려온 이들이 한없이 무기력해지는 것은 ‘늙음’이라는 생애사적 주기 때문도, 육체를 무너뜨리는 ‘질병’ 때문도 아니다. 늙음과 질병은 많은 원인들 중에 하나일 뿐이다. 누군가를 키우고 주변을 도우며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아무 말 없는 ‘우두커니’가 되어버렸다. 김숨은 그런 사람들을 에 대해 이야기 하지만 그들이 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무기력하게 그 자리에 붙박혀 있는지에 대해선 별다른 설명을 하진 않는다. 질병(「간과 쓸개」)이나 유통기한이 다되었다는(「럭키슈퍼」) 간명한 설명 외엔 그들에 관해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은 별로 없다. 일 하는 사람에 관한 이력이 거의 제시되지 않는 걸 단지 소설적 설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우두커니가 되어버린 사람들을 별다른 설명 없이.. 2018. 2. 21.
죽음과 글쓰기 : 애도(불)가능성에 관하여 1. 죽음 앞의 응답 오래전부터 썩어가는 시체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시체는 그것을 목도하는 사람뿐 아니라 모든 사람을 파멸시킬 수 있는 폭력의 증거였으며 우리 모두가 그 같은 폭력에 노출되어 있음을 현시하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시체를 땅에 묻기 시작한 것도 죽음이 세계를 폐허로 만들 수 있는 폭력의 상징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죽은 사람은 그를 죽인 폭력과 한 패가 되어 죽음의 전염병을 만연시키려고 한다고 생각했기에 사람들은 죽음의 폭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그들을 땅속에 묻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무덤은 죽음이 사실 ‘죽음에 대한 의식’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죽음을 의식한다는 것이야말로 인간과 동물을 구분 지을 수 있는 중요한 증표라고 한 이는 바타유(Georges Bataill.. 2012. 8.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