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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모2

단 한번의 계시 2015. 4. 20 키마이라는 그때 한 번밖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기술을 걸고 받는 자가 동일 인물이라도 신체의 자세가 다르고, 대응 방식이 다르고, 운동 속도가 다르면 '같은 키마이라'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이것은 일기일회의, 그 순간에 태어났다 사라지는 일회성의 생명체인 것입니다. 따라서 어떤 '버릇'을 가진 것인지, 어떠한 '기능'을 갖춘 것인지, 어느 정도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인지 사전에는 알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이 끝난 뒤에 그 같은 일회성의 생명체로 한순간을 살았던 경험을 소급적으로 회상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것'과는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것이지요." ―우치다 타츠루, 『배움은 어리석을수록 좋다』(박재현 옮김, 샘터, 2015, 156쪽) 1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키마.. 2015. 4. 21.
"배부른 꿈" 2015. 3. 29 "우리가 사는 이게 모두 꿈인지 몰라요. 그러나 꿈이더라도 깨우지는 마세요. 나는 지금 좋은 꿈을 꾸고 있어요. 여러분 모두 나와 같이 좋은 꿈을 꾸어봅시다." ―박영호, 『다석전기-류영모와 그의 시대』, 교양인, 2012, 81쪽. 이 땅에 천주교가 들어온지 112년이 되고 개신교가 들어온지 22년이 된 1905년 봄부터 류영모는 서울 연동교회 예배에 참석한다. 그 시절 선교사 게일의 설교를 잊지 않고 기억했다는 류영모의 기록을 권나무의 음악을 들으며 읽었다. "난 좋은 꿈을 꾸었네요"라는 소절이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향한 처연한 감정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시 한번 그런 꿈을 꿀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담겨 있음을 알게 된다. '배부른 꿈'이란 얼마나 단순하고 놀라운 표현인.. 2015. 3.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