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보(山步)2

이름없는 세상의 모든 길 2015. 1. 17. 같은 길이어도 걸음만큼은 같을 수 없다. 걸음이 다르니 자연히 길도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일까. 볕 좋은 날 걸었던 산보와 사뭇 다른 처연한 기운에 휩싸여 힘겹게 걸음을 옮기기를 한 시간. 걷기를 그만두고 늦은 오후 나리쪼이는 겨울볕에 검고 습한 얼굴을 내맡겨본다. 결국 이 뒷산의 길 또한 뻔한 것이어서 몇번 오지 않았지만 다 알듯하다. 이내 틈입하는 뻔함과 시시함. 뻔한 것은 길이 아니라 걸음을 가리키는 것이겠다. 좀처럼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고 기어이 안으로 머리를 처박은 채 여기저기를 뒤뚱거리며 금새 다 알겠다는 푯대를 세우는 탓이지 않겠는가. 그러니 걷기를 멈출 게 아니라 더 부지런히 움직여 그 뻔한 자아의 걸음을 벗어날 일이다. 산길만 고집할 게 아니다. 한사코 잘 닦인 도.. 2015. 1. 18.
일관성 : 무용(無用)함의 쓸모 2015. 1. 11 볕이 좋아 잠깐 걷다가 돌아올 요량으로 나선 산책이 긴 산보(山步)로 이어졌다. 지난 번 장군산로를 따라 올라간 길목에선 산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여러 갈래였지만 잘 닦인 암남공원로를 따라 올라간 길목에선 소나무가 우거진 등산로가 눈앞에 있음에도 진입로를 찾는 게 쉽지 않았다. 해운대나 광안리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송도 해변을 향해 뻗어 있는 고층의 아파트가 즐비한 암남공원로의 사잇길을 이리저리 헤매기를 한 시간, 오기가 생겨 길찾기를 그만두고 무작정 산쪽을 향해 길이 아닌 덤불 속으로 들어섰다. 오랜 시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길을 걷는다는 것은 생각과 달리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두려운 마음이 차곡차곡 쌓이는 일이기도 하다. 두껍게 쌓인 낙엽에 발이 깊게 빠졌고 크고 작은 .. 2015. 1.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