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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글쓰기5

작은 글씨로 그린 마음 무늬 2024. 6. 11스무살 무렵에 시도 잘 읽어내고 싶어서 애를 써서 자주 시집을 펼쳤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아서 읽고 또 읽기를 되풀이했는데, 대체로 이야기꼴을 갖추고 비유가 현란하지 않은 장정일이 쓴 시집 두 권이 좋은 길잡이 노릇을 했다. 군대에 잡혀가기 전에 다행히 시집을 여러 권 읽은 바 있어서 읽을 거리로 자리 잡혀 있었고, 뭔가를 읽을 짬이 없는 군대에선 짱박혀서 읽기엔 시집만한 게 없었다. 최전방 부대에 배치되어 1년 동안 GOP에 들어가 철책선을 지키는 일을 했는데, 나는 야간 근무를 서면서 졸거나 잔 적이 거의 없었다. 고참이 잠들면 건빵 주머니에 넣어둔 시집을 꺼내 읽거나 두 번 접어서 여덟 면으로 나뉜 편지지에 밑도 끝도 없는 편지를 썼다. 오늘 이오덕 어른이 펴낸 마지막 시집에.. 2024. 6. 11.
작은 배움 / 한 숨 두 숨 2024. 5. 18  작은 배움꾸역꾸역 하는 습관이 내 몸과 마음을 힘들게 하고 망칠 수도 있다는 것을 쉬지 않고 오르막길을 모르면서 알게 되었다. 중간에 쉬는 사람들, 누워 있는 사람들, 가만히 서 있는 사람들을 보며 난 천천히라도 올라가야지, 난 빨리는 못 가더라도 쉬지 않고 가야지, 멈추지 않고 가야지라고 여겼지만, 한참을 올라가고 나니 그동안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고통에 붙들린다. 허벅지에 커다란 돌멩이가 두 개 들어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내 몸은 이 정도 오르막길은 견뎌내지 못하구나. 그럴 때는 가만히 서서 혹은 한쪽에 비켜서 앉아서 쉬었다가 가야겠구나.오늘 나는 내 몸을 제대로 돌보지 못해서 몸을 힘들게 했지만 오늘 배운 것을 바탕으로 다음 번엔 더 잘 쉬어야겠다. ‘꾸역꾸역’이.. 2024. 6. 5.
일 하는 사람(1) 2024. 5. 18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수업을 하고 잠시도 쉬지 않고 차를 몰아서 강릉까지 왔다. 거리로 치자면 400km가 넘는데, 가까운 곳조차 차로 가보지 못했기에 여러모로 긴장이 되었지만 방법이 없어서 차를 몰고 먼 길을 가기로 결심했다. 포항을 지나고 울진 어귀에 이르렀을 때, 거리로 치자면 200km 정도 지났는데 그때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7~8년 전에 내 친구 세희가 늦은 밤 차를 몰고 우리 집에 놀러 온 적이 있었다. 그때 세희가 내게 이르기를 ‘일 마치자마자 너 보려고 쉬지도 않고 한 달음에 온 거야. 너가 너무 보고 싶어서’라고 했는데, 난 그게 세희 특유의 과장된 표현이라고 여기고 한 번 씩- 웃어주고 말았는데, 오전부터 오후까지 한숨도 쉬지 않고 일한 뒤에 곧장 강릉까지.. 2024. 6. 4.
셋! 2024. 2. 8 에서 세 번째 책을 펴냈다. 우린 우연히 만났지만 내 책장엔 오래전부터 최종규 작가님이 쓴 책으로 가득했다. 2023년부터 여러번 만나며(언제나 최종규 작가님이 부산으로 오셨다!) 서로가 일구는 텃밭에 대해, 걷는 오솔길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틀날 일어나 최종규 작가님을 만났던 어제를 떠올리면 따뜻한 봄볕이나 여름날 시원하게 내리는 빗줄기가 눈앞에 펼쳐졌고, 가을날 쏟아지는 햇살 같은 시간이었구나 싶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말과 글을 모으고 손보고 갈래를 나누고 돌보기 때문에 그 작업을 쫓아갈 엄두도 나지 않지만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는 것처럼, 냇물에 발을 담그고 맑고 시원한 물살을 누리는 것처럼 책을 만들면 되겠구나 생각했다. 말과 글이 이어져.. 2024. 4. 20.
살림 씨앗(1)_우리는 말숲으로 간다 부산에 터한 출판사 과 전남 고흥에 터한 우리말 사전을 짓는 숲노래(최종규)가 함께 '살림사전' 쓰는 자리를 엽니다.매달 부산 중앙동 '곳간'에 둘러앉아 각자가 돌봐오거나 돌보고 싶은 살림 낱말을 꺼내서 풀고 손보는 시간을 가집니다. 아래와 같은 순서로 펼쳐볼 참입니다. ① 각자가 낱말을 고르고(영어, 한자, 우리말 가리지 않고) ② 고른 낱말을 우리 나름대로 풀이해보고 ③ 국립국어원 사전과 숲노래(최종규) 사전과 비교해보고 ④ 함께 손질합니다. 🌳 함께 꾸릴 살림사전은 아래와 같은 길을 트며 나아갈 참입니다. 1. 한 사람이 엮는 낱말책을 여러 사람 손길로 읽고 짓습니다. 2. 함께 나눌 낱말책을 우리 손빛으로 스스로 짓고 나눕니다. 3. 우리는 누구나 글님·그림님·별님인 하루를 폅니다. ⏤우리는 말숲.. 2023. 11.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