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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시집2

안녕하세요―김연희, 『작은 시집』(꾸뽀몸모, 2015) 2015. 4. 25 안녕하세요. '인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우리는 이별을 예감'하지만 그럼에도 ‘안녕하세요’라는 말을 건넬 때 그것은 당신이 지금 내 앞에 ‘있음’을 알리는 말이 된다. 그 사실을 알리면서 당신의 ‘있음’을 내가 기꺼이 증명하겠다는 말이 된다. '당신이 여기에 있음을 내가 알아요, 그것을 알고 있는 나 또한 이곳에 함께 존재함을 당신께서 목격자가 되어 말해주시겠지요.' 상대에게 안부를 건네는 것만으로도 안심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안녕하세요’는 얼핏 그 무엇도 지시 하지 않는 텅 빈 말처럼 보이지만 서로의 존재를 증명하고 바로 그 존재의 있음에 대한 알림의 말이다. 공평하며 문턱이 없고, 맑다. 우리 삶 속에 이런 말이 있다는 것, 우리가 자주 이 말을 주고받는다는 것은 우리.. 2015. 5. 15.
마-알간 시 2015. 1. 21 당신의 아내 나는 당신의 아내가 나라는 걸 알아요 당신의 아내는 화를 잘 내지요 요리를 급하게 해치우곤 하지요 울었다가 금방 풀렸다가 하지요 나는 당신의 아내가 나라는 걸 알아요 당신이 나를 사랑한단 것도 내가 도무지 아내 역할을 잘 못한다는 것도 그치만 나는 당신 곁에 사는 사람 나는 당신과 살면서 나를 알아가지요 -김연희, 『작은 시집』, 꾸뽀몸모, 2015 섬광처럼 도착하는 것. 그것이 시의 본질이라 생각했다. 기다리고 기다리는 것, 서성이고 서성여야 하는 것, 시 안으로 성급히 들어가지 않고 그 앞에서, 그 주변에서 기웃거리거나 멀찌감치서 감탄하는 것. 그것이 시의 태도라고 생각했다. 기다림이 가닿을 수 없는 거리. 시의 진실이 그곳에 있다고 생각했다. 김연희의 『작은 시집』.. 2015. 1.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