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만 숨쉬기3 이 몸, 이토록 아프고 기쁜 2025. 2. 25김비 작가님을 만나러 차를 몰고 양산으로 간다. 이런 길을 거쳐서 부산으로 오겠구나를 가늠하며 꽤나 ‘늦은’ 양산행을 들여다본다. 양산 모퉁이 두세 곳을 옮겨다니며 새로 펴낸 책 이야기를 나눴다. 짧지만 긴 이야기. 아쉽고 서운했던 마음을 털어내고 즐겁고 기쁘게 어울릴 수 있는 이야기를 내어놓는다. 해가 지는 늦은 오후 부산으로 돌아오며 김비 작가님이 이 길을 지나 부산으로 오는구나를 헤아린다. 지난해 끝자락부터 올해 들머리까지 책 두 권을 펴내느라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쳤다. 특히 눈이 침침해져서 방법을 찾아야겠다 싶고, 어깨걸림도 하루종일 이어진다. 2월 중순 일본 교토 리츠메이칸 대학에서 발표를 하기 위해 4박 5일 일정으로 여기저기를 걸어다녔는데, 걷는 동안 새끼 발가락 끝이 내.. 2025. 3. 2. 흥건한 땀 2024. 12. 4강의를 마치고 강의실을 나서서 종종걸음으로 건물을 빠져나가는 동안 겨드랑이에 땀이 가득하다는 걸 알아차린다.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끝없이 밀려오는 일거리를 쳐내려 숨가뿐 일꾼처럼, 미로를 빠져나가려 허우적대며 길찾는 사람처럼, 모두 떠난 자리에 남아 홀로 뒷수습을 하는 쓸쓸한 사람처럼 오늘도 강의실에서 남몰래 땀을 흠뻑 흘렸구나. 무대에 선 배우나 가수라면, 운동장을 뛰는 선수라면, 일터에서 몸을 바삐 움직이는 일꾼이라면 이마에서 뺨을 타고 흐르는 땀이 잠깐이라도 반짝일 수 있겠지. 겨드랑이에 흥건한 땀이 강의실 바깥에서 차갑게 식는 순간, 강의 하는 동안 알아차리지 못한 안간힘이 잠시 수치스럽다. 동시에 여전히 안간힘을 쓰며 버텨내고 있구나, 무언가를 붙들려 애쓰고 있구나 싶기도 해 .. 2024. 12. 15. 코로만 숨쉬기-무용함의 쓸모(2) 2016. 2. 4. 겨울 초입에 앓았던 감기와 피부질환 탓인지 몸이 많이 가라앉은 상태다. 보름전부터 틈나는대로 민주공원 옆에 있는 중앙도서관을 등산하는 마음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굳이 마을버스를 타지 않고 보수동에서 내려 이렇다 할 목적없이 도서관을 향해 올라가는 길엔 ‘코로만 숨쉬기’ 외엔 아무 생각이 없다. 부산의 산복도로가 거의 그렇듯 낡고 작은 집들이 군집해 있는 좁은 길을 따라 오래된 건물 외벽의 균열처럼 나 있는 생소한 골목길을 무작정 오른다. 문득 내가 머무르며 오고가는 세상엔 아무런 변화가 없고 홀로 느끼는 작은 기미들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상적인 정서에 틈입해 있는 자기연민을 덜어내고 여전히 날이 서 있는 자의식을 더, 더 내려놓아야겠다는 낡은 다짐은 쳇바퀴.. 2016. 2. 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