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438 눈썹 만지기 2025. 10. 29내가 사는 집이 커다란 쓰레기장처럼 여겨진다. 펼쳐보지 않은 책 위엔 먼지가 소복이 쌓이고 얼룩이 번진다. 이 집에 너무 많은 것을 쌓아두었다! 책을 시작으로 옷가지, 잡동사니를 비롯해 아끼던 것이 빛이 바라다가 버리지 못한 게 되어버리고, 이제는 도무지 어떻게 치워야 할지 짐작이 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집에 산지 횟수로 10년이 되었기에 ‘그래, 10년 동안 쌓인 거니까’라고 스스로를 다독여도 보지만 그것만으론 이 지경이 된 집을 설명하지 못한다. 코로나 19로 대학 강의실이 폐쇄되어 온라인으로 강의를 해야 했을 때를 떠올려보면 화면에 비친 이 집이 그리 기괴하진 않았다. 2020년 4월 즈음에 500원 짜리 동전만한 구멍이 머리 뒤쪽에 나 있다는 걸 발견했다. 하루아침에.. 2025. 11. 3. 그래. 네! 2025. 9. 5~6지하철 계단을 오르며-아버지! 그렇게 팔을 뻗어서 난간을 잡으면 위험해요.-뭐가, 왜 위험하냐.-늘 이렇게 난간을 잡고 오르셨어요?-...-팔을 뻗어서 난간을 잡고 당기면서 계단을 오르면, 무게 중심이 뒤로 쏠리잖아요. 혹여라도 난간을 못 잡거나 미끄러지면 뒤로 넘어집니다. 팔에 힘이 없어서 난간을 놓칠 수도 있구요. 그럼 크게 다쳐요. -...-이렇게 해보세요. 몸을 앞으로 조금 기울여서 난간을 지팡이를 짚듯이 잡으셔야 해요. 그럼 미끄러지거나 팔 힘이 없어서 난간을 놓친다고 해도 크게 다치진 않습니다. -그렇네?-그리고 이렇게 계단을 오르셔야지 몸의 힘을 고르게 쓸 수 있어요. 팔을 뻗어서 난간을 잡아 당기면서 오르면 팔힘만 쓰게 되잖아요.-...-굽은 왼쪽도 자주 쓰도록 하세요.. 2025. 10. 20. 이름 없는 산에 1m 더하기 안녕하세요. 김대성입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가 라고 하는 이제 꽤 오래된 예술 창작촌을 새롭게 시작하는 오픈 전시에 ‘부산소설가협회’가 단체로 참여해서 여는 자리라고 하는 점도 기억해 두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밝히며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습니다. 구체적으로 그런 이야기를 잇지는 못하겠지만, 오늘 짧은 시간이긴 합니다만 이렇게 오랜만에 여러 선생님들 앞에서 허택 선생님 새 소설집을 두고 이야기 나누는 자리여서요, 그리고 제 이름은 종종 들었을 수도 있겠지만 제 꼴을 거의 못 보신 선생님들이 많으실 것 같아서 오늘 1시간 조금 넘는 시간 안에서 어떤 눈길로 이야기를 나눌 건가에 대한 이야기 한 자락을 내어놓고 허택 선생님의 말씀을 이어서 청하면 좋겠습니다. 여기 모이신 분들도 다들 그러시겠지만 저 또한.. 2025. 10. 9. 부서지기 쉬운 2025. 9. 12 ‘후배’라는 말을 해본 적이 거의 없다. ‘선배’라고 부를 수 있어도 ‘후배’라 부르진 못한다. 선배와 후배는 붙어 있지만 부르며 다가가는 일과 귀기울이며 품는 일은 까마득할 정도로 멀다. 그이가 선배라 불러주어야 고개를 들어 겨우 바라볼 수 있다. 선생과 제자라는 말도 그러한데, 15년 넘게 대학에서 강의를 해왔지만 누구를 일러 ‘제자’라 불러본 적이 없다. 더러 스스로 내 제자라 칭한 이들은 있었지만 자길 봐주길 바라는 마음이었거나 잠시나마 소속감을 느껴보려는 바람 때문이지 않았을까 싶다. 살갑게 제자로 대하지 않는 서늘함에 몸서리치며 등을 돌린 이도 있었을 테다. 선배 한 명, 선생 한 명, 단출한 관계 살림 안에도 나를 ‘선배’로 여기는 이가 있다. 오디오 세트를 거실에서 서.. 2025. 9. 13. 벼랑 끝에 선 채 2025. 8. 27선배로부터 중고차를 넘겨 받은지 3년이 다 되어 간다. 매형 홀로 부모님을 모시고 병원을 오가는 게 답답했던 누나가 (아마도 참다참다 못해) 내게 중고차라도 사라고 나무라듯 하소연을 했기에 운전 같은 건 평생 하지 않을 거라 먹었던 마음을 단숨에 밀쳐냈다. 그 이후로 운전하는 나날이 쌓이는 동안 몇 가지 떠오르는 게 있다. 작업실 근처에 주차할 곳을 찾아다니다가 2주쯤 되었던 어느 날 마침내 이 동네를 이해하게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오직 걷기만이 이해에 가닿을 수 있다는 믿음에 다른 생각의 물꼬를 터주었다. 이곳 저곳을 달리는 동안 어딘가에 이르거나 다가가다가 이해에 가닿을 수 있다는 걸 알아차린 것 또한 이와 이어져 있겠다 싶다. 몸 둘 바 없는 대학 강사에게 대학이라는 공간에.. 2025. 9. 10. 초량 산책 2025. 8. 15부모님을 떠올릴 때마다 홀로 눈물 짓는 날이 잦다. 건강하고 즐겁게 일하시던 모습도 많이 떠오르지만 너무 이른 나이에 몸이 아파 오래 고생하시기에 두 분이 아픈 몸을 내려놓으실 날을 생각하면 금새 슬픔으로 가득 찬다. 할 수 있는 만큼이라도 두 분이 맞이할 '끝'을 준비하고 싶다. 도시락을 챙기지 않는 날, 어머니께 전화를 해 저녁을 먹으러 가도 되는지 여쭤본다. 아버지가 일터에서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부모님댁에 들러 맛난 저녁을 먹고 한 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눈 후에 다시 작업실로 돌아오는데, 해가 떨어져도 여전히 날이 무덥지만 이 길을 따라 걸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날이 밝으면 책을 읽으며 걸었겠지만 해가 없으니 음악을 들으며 걷는다. 저번엔 고관입구에서 초량 골목을 따라 걷다.. 2025. 8. 18. 이전 1 2 3 4 ··· 7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