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427 뭉개진, 뭉개지는 얼굴 처음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매력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탐욕적이고 가벼운 것이어서, 나는 한사코 그 말을 쓰는 것(기록)을 피하기만 했었는데, 그러나 어쩌나, 그동안 나는 무수히 많은 '처음'을 말해왔구나. 그 어떤 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내뱉는 '처음'이 아니라 목적에 결박당한 처음을 나는 얼마나 많이 말해왔던가. 그 꽃잎 같은 처음은 내 입 속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더렵혀져 왔던가.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질 것인가. 목적을 잊은 '처음'이 내게로 오는 것을 어떻게 방해하지 않고 무심히 맞이할 것인가. 불안한 봄밤, 엉덩이를 들썩이며 레오 까락스, 1991 中 드니 라방의 얼굴을 보라. 훼손되어 있는 얼굴, 그럼에도 단독성을 획득하고 있는 그 얼굴을, (소위 얼굴로 먹고.. 2010. 4. 11. 이전 1 ··· 69 70 71 7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