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9. 12
한 계절만에 찾은 중앙동 ‘좋은 차’에서 드물게 마주칠 때마다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권해주시는 분을 만났다. 두 사람만 앉을 수 있는 차 바(bar!)에 앉아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특별한 사귐의 이력은 없지만 오랜만에 만난 게 서로의 불찰이기라도 하듯 미안한 마음을 감추며 따뜻한 차를 마신다. 그 분은 본인이 매일 마시는 ‘말차’ 한잔을 내게 대접해주었고, 차에 관한 아무런 설명이 없었지만 이 차를 매일 마시는구나, 매일 매일 이 차가 이 분의 속을 달래고 보듬고 든든하게 하구나라는 생각을 하니 드물고 귀한 차를 소개 받은 느낌이었다. 차를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면. 참 좋겠다고 나직하게 말하니 천천히 나를 바라보시곤 가게를 열 시간이라 그만 가봐야겠다고, 인사를 하신다. 안녕히 가시라고 인사를 한 뒤 가만히 앉아 남은 차를 마신다. 아직 차가 남아 있는데 주인장은 다른 차를 한잔 더 내어놓고 또 다른 차를 내리고 있다. 차를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면, 그 친구에게 차를 배우고 싶답니다. 매일매일 함께 차를 마시며 차를 배우고, 차를 마시며 음미하고, 이야기 나누고 싶답니다. 그런 바람을 마음으로 읊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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