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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보내는 한 통의 편지

by 종업원 2019. 12. 8.



보내야  중요한 편지를 쓰지 못한  겨울을 맞이합니다서랍 안의 장갑이 손의 증거인 것처럼 보내야할 편지가 있다는  곁에 누군가가 있다는 증표라고 해도 좋을까요쓰지 못했고 그래서 보내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매일매일 편지를 쓰는 마음으로매일매일 편지를 보내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는 것을  영화를 보면서 알게 되었습니다오늘(편지를 써야겠다는 다짐을 했어요지금 쓰고 있는  글이 당신에게 도착할진   없지만 당신이 제게 먼저 편지를 보내주었기에 오늘도 저는 당신에게 답장을   있습니다


저는 영화가 편지를 닮아 있다고 생각했어요. 우편엽서처럼 멀리서 도착하는 짧고도 반가운 메시지가 아니라 언제 보낼지 기약할 없지만 노트에 쟁여가는 편지말입니다. 세상에 보내는 통의 편지. 오직 사람에게 가닿기를 열망하면서, 없는 내용으로 채워가는 매일의 기록. 그런 편지를 닮은 영화를 편지지 삼아 당신에게 답장을 씁니다. 당신께 전하고픈 말이 영화에 스미고 물들어 작은 얼룩으로 변해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부디 당신이 얼룩을 알아봐주었으면 좋겠어요. 무슨 글자인지 읽을 없다면 얼룩을 오랫동안 바라보아주길, 가만히 쓰다듬고 매만져주길. 


영화가 우리의 우표가 되어줄 겁니다. 극장의 불이 켜지기 전에 잠시 숨을 참고 기도합니다. 세상의 편지(모든 편지는 누군가로부터 받은 편지에 대한 답장이겠지요) 멀리까지 있기를, 가까이에 있는 당신에게도 무사히 도착할 있기를, 오늘의 당신이 무사하기를, 당신이라는 우편함이 누군가의 편지가 도착하는 안식처이기를.  










◈ <기억할 만한 지나침>(박영임, 순리필름,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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