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회 문학의 곳간] 안내
91회 <문학의 곳간>에선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자서전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이지수 옮김, 바다출판사, 2017)을 읽어보려고 합니다. 그간 만들어온 영화 만큼이나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글 또한 정갈하고 사려깊습니다. 적어도 한 편 정도는 이 감독의 영화를 보지 않았을까 싶어요. TV 다큐멘터리 연출자 출신이어서인지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모습에 깃들어 있는 생생함을 구현하는 데 탁월한 작가입니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2011)의 한 장면을 떠올려봅니다. 가게와 집이 위 아래로 나뉘어 있는 스낵바 2층 방에서 아이들이 짧은 여행(이자 가출)을 떠나기 전 둘러 앉아 각자가 바라는 기적에 대해 이야기 하는 장면입니다. 이때 영화는 극적인 방식이 아니라 다큐멘터리와 같은 시선으로 작지만 맑은 바람을 이야기 하는 아이들을 담아냅니다. 이 장면을 본 관객들은 아마도 연기와 진심이 교차하고 영화와 다큐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작은 공간이 열리고 있음을 느꼈을 겁니다. 거기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아이들에게 어떤 식으로 연기 지도를 했던 것일까, 그보다 촬영장의 분위기는 어떠했고 아이들과는 어떻게 사귀고 있었던 것일까. 영화 촬영 ‘현장’을 가지 않고서는 알기 어려운 것들이겠죠.
영화비평가이자 감독이기도 한 정성일은 위대한 영화가 품고 있는 신비를 풀기 위해, 훔쳐오기 위해, 다시 말해 배우기 위해 그 현장으로 갑니다. ‘당신에게서 배우고 싶다. 그건 당신이 영화를 만드는 현장에서만 가능할 거 같다. 그래서 당신의 현장으로 가겠다. 만나주겠는가?’ <천당의 밤과 안개>(2017)[왕빙]와 <녹차의 중력>(2018), <백두 번째 구름>(2018)[임권택]은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감독 데뷔작인 <카페 느와르>(2009) 또한 지난날 그가 세계문학으로부터 (훔치고) 배운 것을 통해 이루어 놓은 것에 가깝습니다.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은 영화와 다큐멘터리 현장을 상세하게 기록한 글이면서 영화를 통해 세상을 만나고 사람과 어울리며 작은 희망을 만들어간 책입니다. 이 책을 함께 읽으며 현장(삶터)에서 배운 것들, 또 다른 현장에서 배우고 싶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싶습니다. 우리의 일상은 대단한 성과가 없기에 역사가 만들어지는 ‘현장’이라고 부르지 않지만 보살피고 돌보지 않으면 어디든 가파르게 무너집니다. 저마다가 서 있는 ’터’가 무너지지 않았다면 오랫동안 무던하게 지키고 보살펴 왔기 때문일 겁니다. 각자의 ‘삶터’를 둘러보고, 지난 시간을 헤아려도 보고, 어루만져본다면 작은 씨앗 같은 매듭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저마다의 현장이야말로 각자가 일군 텃밭이자 곳간일 테니까요.
<문학의 곳간> 91회
고레에다 히로카즈, 이지수 옮김,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바다출판사, 2017
일시 : 2022년 12월 31일 오후 3시~
장소 : 부산시 중구 동광길 42 6층 601호 스튜디오 <핲 half>
모집 인원 : 열 명(세 자리 남아 있습니다.)
참가비 : 만원
문의 : DM, 댓글 혹은 goatganbooks@gmail.com
주최 및 주관 : 생활예술모임 <곳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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