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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곳간

평범하게 들썩이는 : 일상을 탐험하는 다섯 개의 오솔길

by 종업원 2023. 2. 3.

평범하게 들썩이는 
: 일상을 탐험하는 다섯 개의 오솔길

길을 가다가 허리를 숙여 무언가를 줍는 사람이 있습니다. 뭔가 대단한 걸 발견한 건 아닐 겁니다. 바닥에 있는 것을 주워 올릴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걸음을 멈추고, 허리를 숙여, 주울 수 있었던 게 아닐까요. 바닥에 버려진 것은 누군가의 줍는 몸짓으로 잠시 특별한 것이 됩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나눠가진 일상을 향해 몸을 기울이는 일, 허리를 숙여 바닥에 있는 무언가를 줍는 일은 살림을 매만지고 다독이는 손길과 이어져 있습니다. 허리 숙여 바닥에 떨어진 무언가를 주워 올릴 때 무언가가 반짝하고 나타납니다. 그 반짝임을 문학이라고 불러도 좋지 않을까요. 

2013년 여름부터 시작한 <문학의 곳간>이 <평범하게 들썩이는>이라는 프로그램으로 2023년 상반기의 문을 엽니다. 아무것도 아닌 듯 보이는 일상이라는 바닥에 허리를 숙여 무언가를 주워 올리는 몸짓을 쫓으며 저마다의 뜰을 보살피고 나눌 수 있는 탐험을 해보려고 합니다. 각자가 보살피는 뜰에서 숨쉬고 있는 것들이 궁금합니다. 짧은 여행이라 생각해도 좋고, 자못 진지한 탐구라 여겨도 좋습니다. 동네 마실을 나가는 가벼운 걸음이어도 좋겠네요. 걸으며 묻고, 각자의 뜰에서 주운 것들을 아낌없이 나눠보았으면 합니다. 

허리 숙여 바닥에 떨어진 것을 줍는 일은 책을 읽다가 발견한 문장에 밑줄을 치거나 노트에 옮겨적는 일과 이어져 있습니다. 어쩌면 무언가를 쓰는 것도 그와 비슷할 거에요. 한 달 동안 한 권의 책을 곁에 두고 읽으며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나눌 수 있는 온라인 프로그램도 마련했습니다. 매일 접속해 읽고 기록한다면 멀리서도 가까이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주고받는 문장을 통해 서로의 온기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함께 걸을 다섯 개의 오솔길>

1. 나가이 레이, 『물속의 철학자들』(김영현 옮김, 다다서재, 2022)

: ‘일상에 흘러넘치는 철학에 대하여’라는 부제가 말하는 것처럼 가만히 주변을 들여다보고 곰곰 생각해보면 누구나 일상 속에 영근 철학의 열매 앞으로 한발짝 다가설 수 있습니다. 어린이와도 생각과 느낌을 주고받으며 나눌 수 있는 ‘철학 대화’, ‘손바닥 크기의 철학’이라는 작지만 알뜰하게 자신의 정원을 가꿔 온 나가이 레이의 걸음과 발을 맞춰본다면 일상 안에서 철학과 문학에 다가서는 한발짝을 함께 내어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2. 빌리엔 ・ 오르바르 뢰프그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에 일어나는 흥미로운 일들』(신선해 옮김, 지식너머, 2013)

: 이동하는 시간, 일과 일 중간에 비는 시간, 일이 중단된 순간, 망설이는 순간, 사소한 행위들처럼 보여 그냥 흘려보내고마는 일상적인 상황들을 탐구 대상으로 삼아 찬찬히 분석하고 있는 책입니다. 어디에도 안착하지 못하고 잠시 붕 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공상하는 순간’에 접근하며 필자들은 ‘기다림’과 ‘일상 습관’이라는 회전문을 통과합니다. 우리도 이 회전문을 통과하면 일상 속에 웅크리고 있는 (오래된 밈이긴 하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데요, 그냥 누워 있는 데요’라는 말로 덮어두었던 지워진 시간에 대해 각자의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3. 윤성희, 『날마다 만우절』(문학동네, 2021
)

: 아무날에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는 비극과 기적에 관해, 갑작스러운 죽음과 별일 없는 삶을 같은 톤으로 말하는 목소리에 관해, 언제 먹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매번 먹게 되는 값싸고 흔한 음식들과 까맣게 잊었다가도 벼락처럼 떠오르는 사라진 사람들의 이름에 관해, 어느 날 ‘문득’ 기적과 우연이 연결되는 순간에 관해, 익숙한 것들 속에 쟁여 있는 기적과 그걸 불러내는 주문을 외워달라는 요청에 관해.


4. 최종규, 『우리말 글쓰기 사전』(스토리닷, 2019)

:  한 강연에서 최종규 님은 자신이 쓴 책을 일러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그 책들은 다 우리가 생각하고 마음을 기울이고 살림을 하는 동안, 늘 말을 하고 잘 적어 이 말에 어떤 기운이나 빛이 스며드는가를 밝힐려고 쓴 책과 사전이에요. 저는 사전을 새로 쓰면서 말을 늘 새롭게 배운다고 여겨요.” 쓰고 읽고 나누고 가꾸고 손질하고 새로 지으면서 생각하고 살림하고 사랑하고 삶을 슬기롭게 지피는 길을 가는 것을 즐거운 일이라 느끼며 살아가는 이가 우리에게 전하는 말을 여기에 옮겨둡니다. “넉넉히 들을 줄 알면서, 기쁘게 말할 줄 안다면, 우리는 누구나 사전쓰기를 하는 셈이요, 저마다 다르면서 새로운 글쓰기를 하는 셈입니다. 글이나 사전이나 책을 쓰는 수수께끼는 바로 이 한 가지예요. 우리를 둘러싼 모든 숨결이 책이자 사전이면서 사랑이고 꽃입니다.”


5. 캐슬린 스튜어트, 『투명한 힘』(신해경 옮김, 밤의책, 2022)

: 이 이상하고 모호한 책엔 진부하고 평범한 일상 속 보이지 않는 틈새에서 흐르고⎻비상하고⎻표류하며 들썩이는 힘(정동 affect)을 포착하려는 시도로 가득합니다. 옮긴이는 이 들썩이는 힘을 “마치 종소리처럼 어떤 충격이 가해졌을 때 반향으로서 잠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정동을 일러 ‘밤하늘에 반짝이는 작은 개똥벌레의 강렬함을 뒤쫓는 것’(『정동 이론』)이라고 한 이들의 목소리와도 공명합니다. 캐슬린 스튜어트는 “일상이란 실행과 실천적 지식의 유동적인 조합이고, 활력과 소진의 현장이며, 탈출 또는 보다 단순한 삶을 갈망하는 꿈”이라고 말합니다. 아직 이 책의 갈피가 잡히지 않는다면 ‘꿈’을 ‘시’로 바꿔 읽어보세요. 일상 속에 누적되어 있다가 어느 순간 반짝 하고 나타나는 것이 꿈만은 아닐테니까요. 투명해 보이는 일상에 누적된 시간의 진동을 느끼고 읽어보려는 시도 그 자체를 ‘시’라고 말해도 좋지 않을까요. 이해되지 않는다는 게 두려워해야 할 이유가 되는 건 아닐거에요. 두려움 옆엔 언제나 두근거림이 함께 해왔으니까요. 두려움과 두근거림에 어깨동무하고 한-발-짝!

[오프라인] 프로그램 안내


책을 매개로 저마다가 꾸리고 있는 살림을 열어보는 자리입니다. 여러 작가들의 작품과 어깨동무를 하며 평범함 속에 깃들어 있는 비범한 순간들을 발견하고 나눕니다.

2월_(92회) 나가이 레이, 『물속의 철학자들』(김영현 옮김, 다다서재, 2022) 

3월_(93회) 빌리엔, 오르바르 뢰프그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에 일어나는 흥미로운 일들』(신선해 옮김, 지식너머, 2013) 

4월_(94회) 윤성희, 『날마다 만우절』(문학동네, 2021)

5월_(95회) 최종규, 『우리말 글쓰기 사전』(스토리닷, 2019) 

6월_(96회) 캐슬린 스튜어트, 『투명한 힘』(신해경 옮김, 밤의책, 2022) 

1부 사귐 시간 (1시간)
책을 매개로 참석자들이 인사를 나누는 시간입니다. 매회 진행자가 책과 연결할 수 있는 색다른 사귐 시간 주제를 제안합니다. 돌아가며 자유롭게 각자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2부 읽기, 줍기, 나누기 (1시간)
책을 읽으며 생각했던 것들, 밑줄 친 것들, 인상적인 부분들, 떠오른 생각들을 자유롭게 주고받습니다. 함께 이야기 나눠보고 싶은 주제를 제안할 수도 있습니다.  

3부 한 문장 쓰기 (30분)
나누고 싶은 문장을 엽서 크기의 종이에 옮겨 적고 낭독합니다. 낭독 후 자신이 남긴 한 문장에 대한 생각을 덧붙여봅니다.

일정 : 2023년 2월~6월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오후 3시
장소 : 부산시 중구 동광길 42-1 6층 601호 스튜디오 <핲 half>
모집 : 열 명(두 자리 남아 있습니다)
참가비 : 50,000원(총 5회차)
(공석이 있을 경우 매회 따로 공지를 합니다. 회차별 참가비는 15,000원입니다)
입금처 : 우리은행 1002-746-279654 (김대성)
문의 : SNS 댓글이나 DM 및 goatganbooks@gmail.com

[온라인] 프로그램 안내


구글문서와 메일링, 때론 온라인 대화를 통해 한달간 한 권의 읽으며 생각한 것들을 기록하고 공유합니다. 아래의 양식을 기본꼴로 가지며 구성원과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방식을 추가해 나갈 예정입니다.

 

2월_(92회) 나가이 레이, 『물속의 철학자들』(김영현 옮김, 다다서재, 2022) 

3월_(93회) 빌리엔, 오르바르 뢰프그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순간에 일어나는 흥미로운 일들』(신선해 옮김, 지식너머, 2013) 

4월_(94회) 윤성희, 『날마다 만우절』(문학동네, 2021)

5월_(95회) 최종규, 『우리말 글쓰기 사전』(스토리닷, 2019) 

6월_(96회) 캐슬린 스튜어트, 『투명한 힘』(신해경 옮김, 밤의책, 2022) 

 

1. 물음과 알림(구글 공유 문서, EPUB)
한 달 간 책을 읽으며 생기는 물음과 응답을 모아봅니다. 책의 얼거리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진행자의 물음을 실마리로 삼아 책을 읽는 동안 이해되지 않거나 궁금한 내용들을 구글 공유 문서를 통해 기록합니다. 이 물음의 첫째 목적은 요청이겠지만 각자가 발견한 무언가를 알리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2. 발견과 수집(구글 공유 문서, EPUB) 
읽으며 발견한 것들을 모아봅니다. 책의 구절이나 문장, 때론 문단을 통으로 수집할 수도 있습니다. 모은 것에 대해 각자의 생각을 덧붙여볼 수도 있습니다. 수집한 것들을 한달 동안 각자의 뜰에서 보살필 때 어떤 숨과 온기가 나올까요? 

3. 매듭으로 잇기(메일링 및 공유 가능한 채널 활용) 
각각의 회차에서 다루는 책을 읽는 동안 떠오르는 이미지나 연상 및 연결되는 다른 작가와 작품을 잇는 매듭을 만들어봅니다. 웹사이트, 사진, 영상 클립, 음악 및 음원을 짧은 코멘트와 함께 공유합니다. (직접 찍은 사진이나 영상도 좋습니다) 더 많은 문학과 또 다른 문화예술 양식들을 잇는 링크를 만들어봅니다.   

 

* 해당 프로그램의 내용은 매회차 진행자가 먼저 마련합니다. 물음에 대한 답변 의무는 없으며 내용 작성의 의무 또한 가지지 않습니다. 자유롭게 원하는 만큼, 필요할 때, 할 수 있는 만큼 내용을 작성하거나 공유하시면 됩니다.


참가비 : 50,000원(5회차) 
입금처 : 우리은행 1002-746-279654 (김대성)
문의 : SNS 댓글이나 DM 및 goatganbooks@gmail.com

 

기획 및 진행_김대성
비평가. 1인 출판사 <곳간> 대표. 
2013년 생활예술모임 <곳간>을 만들고 같은 해 7월부터 정기모임인 ‘문학의 곳간’을 열고 있습니다. 곳간 친구들과 공연비평아트북 『O.S.T』(2014)를 만들었고 생활글쓰기모임을 기획하며 『문이야 무늬야』(2016)를 함께 썼습니다. 비평집 『대피소의 문학』(2019)과 『무한한 하나』(2016)를 썼습니다.  

주최 ・ 주관 : 생활예술모임 <곳간> 

지원 : 스튜디오 <핲 half>

프로그램 신청란 : 

https://docs.google.com/forms/d/1FhzJqnFxPZnnFQ28nCpsTzsAMHFi5lutlxZVP059iRA/viewform?edit_requested=true 

 

문학의 곳간 2023년 상반기 프로그램 신청 안내

[프로그램 안내] 평범하게 들썩이는 : 일상을 탐험하는 다섯 개의 오솔길 길을 가다가 허리를 숙여 무언가를 줍는 사람이 있습니다. 뭔가 대단한 걸 발견한 건 아닐 겁니다. 바닥에 있는 것을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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